[뉴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배심원단이 그에 대한 혐의를 모두 유죄 평결한 후 언론에 논평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와 가진 성관계 주장이 폭로되는 것을 막으려 입막음 돈을 지불하면서 이를 감추기 위해 회계 장부를 34차례 위조한 혐의가 모두 유죄로 평결됐다. 트럼프는 평결에 대해 "조작된 재판"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2024.05.31.
'성추문 입막음 돈' 형사재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5개월밖에 남지 않은 미 대선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사상 최초로 형사 범죄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미국 최초의 '중범죄자'(convicted felon) 전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썼다.
30일(현지시각)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심리하는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오는 7월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1심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다. 총 12명의 배심원단이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34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평결한 데 따른 것이다.
가능한 선고 형량은 최대 4년의 징역형부터 보호관찰, 벌금형, 징역형 집행유예 등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과가 없다는 점, 77세로 고령이라는 점 등에서 실제 수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미 언론의 시각이다.
전직 브루클린 검사인 줄리 렌덜먼은 BBC 인터뷰에서 "이는 비폭력 범죄"라며 "중범죄 중에서도 가장 낮은 급의 범죄다. 감옥에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설사 수감된다 하더라도 대선 레이스 완주에는 문제가 없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 후보 조건은 '35세 이상이고 최소 14년 이상 미국에 거주한 시민권자'다. 감옥에 있어 선거 유세는 못 하더라도 출마 자격은 유지된다는 얘기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수감된 상태로 당선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전례가 없다. 이 사건은 연방검찰이 아닌 뉴욕주 검찰이 기소한 사안이라, 대통령이 된 그가 자신을 사면할 수도 없다. 대통령의 사면 권한은 연방 범죄에만 국한돼 있다. 어윈 체머린스키 UC버클리 법학대학원장은 NYT에 "현 상황은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일과도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예측 불허다.
일단 어느 정도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미 ABC방송의 지난 5일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중 '유죄를 받을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4%, '지지 여부를 다시 고려하겠다'는 16%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팎으로 박빙인 만큼, 이 정도 이탈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기세를 올려 공격할 빌미를 내줬다는 점도 부담이다. 바이든 대선 캠프 측은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부각시켜 왔는데, 앞으로는 '중범죄자'라는 꼬리표를 하나 더 붙일 수 있게 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