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으로 고위 지휘관 사망
대규모 로켓 공격에 이어 응징 다짐
30년전 합의한 '교전 규칙' 깨고 전면전 번지나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불타는 들판을 바라보는 골란고원의 주민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고위 지휘관이 사망하자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대규모 로켓 공격을 가했다. 헤즈볼라 고위 당국자도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공격을 강화하겠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고위 당국자인 하심 사피 알딘은 12일 헤즈볼라 지휘관 탈레브 사미 압둘라(55)의 장례식에서 "탈레브의 순교 이후 우리의 대응은 강도 및 양과 질적 측면에서 작전을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을 겨냥해 "적이 전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게 하라"고 했다.
압둘라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최고위급 헤즈볼라 지휘관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사피 알딘은 압둘라가 2006년 34일간 이어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을 포함해 헤즈볼라의 군사작전에 참여했다면서 "(이스라엘의) 영구 표적이 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대규모 로켓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약 215발의 발사체가 발사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최근 전투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 공격 중 하나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헤즈볼라는 압둘라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군기지 두 곳에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여왔다. 외신에 따르면 이달 4일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헤즈볼라의 공격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으로 산불이 난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양측이 약 30년 전 암묵적으로 합의한 '교전 규칙'이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그간 막아왔다는 분석도 있다.
13일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이 교전 규칙은 1993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을 끝내기 위해 당시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 국무장관의 비공식 중재 하에 구두 합의로 마련된 것이다.
이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민간인 표적을 공격하지 않기로 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교전 규칙은 비공식적인 것이었지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 너머에 머무는 한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헤즈볼라의 저항에 대해 이스라엘이 일정한 정당성을 부여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중요한 선례라고 NBC는 평가했다. 이후 3년 뒤 또 다른 폭력 사태가 불거지자 이 같은 교전 규칙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 문서화됐다.
헤즈볼라의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현재 레바논 남부에 설정된 교전 규칙을 위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스라엘이 공격을 강화하면 우리도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암묵적 합의'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고 NBC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거의 30년 동안 양측의 전투를 통제해온 이른바 '게임의 규칙'인 이 교적 규칙으로 인해 전투가 대부분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고 억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헤즈볼라가 교전 규칙으로 이점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싱크탱크 카네기중동센터의 리나 카티브 소장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저항' 세력으로 자신들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교전 규칙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