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자산 이자를 담보로 지원하기로
러시아 “고통스러운 대가 치를 것”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13일(현지 시각) 사흘 일정으로 개막한 가운데,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약 69조원을 지원하는 데에 G7 정상들이 합의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의 보르고 에냐치아 리조트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13일(현지 시각) 개막했다. G7 정상들이 회의하는 모습. /AFP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 G7 정상들은 회의 첫날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해법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정상들은 G7과 유럽연합(EU)에 동결된 러시아 국영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약 69조원)를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동결 자산 3000억 달러(약 413조원)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담보로 국제 시장에서 대출을 일으켜 우크라이나에 주는 방식이다. G7은 이를 ‘우크라이나를 위한 특별 수익 가속(ERA) 대출’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P는 “각국 재정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전쟁·재건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번 합의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독립과 주권을 지키는 데 필요한 용기를 주는 매우 강력한 약속”이라며 “역사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앞서 G7 회원국과 EU, 호주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자국 기관들이 보관해 온 러시아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 2820억 달러(약 375조원)를 동결했다. 미국은 동결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자고 제안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국제법상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난감해 했었다. 이에 자산 자체에는 손대지 않는 것으로 뜻을 모았으며 지난달 EU는 연간 30억 유로(약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수익만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G7의 합의에 러시아 측은 즉각 반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수익을 취하려는 시도는 범죄”라며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응할 것이며 이는 EU에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가자지구 휴전을 위한 3단계 휴전 협상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정상들은 앞서 지난 4일 공동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의 3단계 휴전 협상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주 브린디시의 보르고 에냐치아 리조트에서 열렸다. G7 정상회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는데, 역사상 교황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처음 있는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공지능(AI)과 관련한 세션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한편, 2020년 이후 세 차례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은 이번에 초청받지 못했다. 이탈리아가 알제리와 튀지니, 케냐, 모리타니 등 아프리카 국가를 대거 초청하면서 우선순위에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비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