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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 - 297]베트남과 미국은 수년간 치열하게 피 흘리며 싸운 관계지만, 정작 미국을 싫어하는 베트남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최근 베트남과 미국은 외교적으로 급격히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대다수 베트남 사람은 이를 굉장히 우호적으로 바라봅니다. 여기에는 베트남 특유의 ‘승전 의식’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 입장에서 베트남전은 ‘이긴 전쟁’이고, 베트남 경제 발전을 위해 미국은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없는 나라를 꼽자면 아마도 중국이 선두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두 나라는 ‘사회주의 동맹’으로 오랜 친분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곳곳에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명 남중국해(중국식 명칭) 혹은 쯔엉사 군도(베트남식 명칭)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중국은 인공섬을 만들면서 주변국과 불편한 관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발단은 중국의 무자비한 영유권 주장입니다. 중국은 명나라 때부터 남중국해(쯔엉사 군도)를 관리해왔다는 문건을 토대로 이 주변 해양 수역의 대다수가 중국의 관할 안에 속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마음대로 그어버린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놓고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반응입니다. 이 갈등이 한 번 터진 사례가 지난 2016년 나온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입니다. 여기서 PCA는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을 배척하고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곳곳에 중국 영토로 분류되는 인공섬을 건설해 갈등을 키우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쯔엉사 군도)는 풍부한 어장과 잠재적인 해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분류됩니다. 또한 이 지역은 전략적 해상 교통로에 위치해 있어 군사적 요충지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해 EEZ를 주장하는 근거로 삼자 주변 국가들이 들고일어나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입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촬영된 베트남 인공섬 바크 캐나다 위성사진. <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촬영된 베트남 인공섬 바크 캐나다 위성사진. <연합뉴스>

 

가장 극렬하게 저항하는 국가 중 하나가 베트남인데, 최근 들어 인공섬 건설 ‘맞불 작전’을 펼치며 글로벌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은 남중국해(쯔엉사 군도) 여러 암초 주위를 매립해 인공섬을 만드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3년 전 기준으로 베트남의 인공섬 매립 면적은 중국의 10분의 1 미만인 약 1.33㎢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면적 넓히기에 속도를 붙이더니 이제는 총 9.55㎢로 넓어져 중국(18.82㎢)의 절반 수준까지 커졌습니다. 두 나라가 만들어낸 인공섬 면적을 합치면 이미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합니다.

현재 남중국해(쯔엉사 군도)에서 가장 넓은 인공섬 1∼3위는 중국의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 수비 암초(중국명 주비자오),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입니다. 이어 면적 4∼10위 섬이 모두 베트남 작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면적 4위에 오른 베트남 인공섬 바크 캐나다 암초의 경우, 지난 6개월 동안 면적이 0.96㎢에서 1.67㎢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 인공섬은 길이가 4km를 훌쩍 넘어 대형 활주로를 만들 수 있는 정도가 됐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은 여러 인공섬에 헬기 이착륙장과 선착장 등 여러 시설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베트남과 중국의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비단 베트남뿐만 아니라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에 맞서 계속 국제 분쟁으로 이를 끌고 가려 할 것입니다.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목적이 모두 들어간 프로젝트이기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각국은 후퇴할 길이 없습니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다자간 협력과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지만, 중국이 PCA 결정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남중국해(쯔엉사 군도)에서 벌어지는 ‘섬 만들기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곳은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결국은 이 자원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싸움 전초전을 지금 해상에서 벌이는 것입니다.

기나긴 이 분쟁의 끝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요. 만약 경제성 있는 대규모 유전을 시추하는 단계까지 가면 각국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어쩌면 아시아의 화약고가 될지도 모르는 이곳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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