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의 크림반도 미사일 공격으로 희생된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인형이 세바스토폴 시내 콤소몰스키 공원에 놓여 있다. 세바스토폴/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크림반도를 공격해 약 15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러시아는 미국의 책임이라며 상응하는 조처를 경고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미국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ATACMS)을 이용해 집속탄이 장착된 미사일 5기로 크림반도를 공격해 어린이 2명을 포함한 민간인 5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방부는 미사일 5기 가운데 4기는 방공 시스템을 동원해 격추시켰으며 나머지 1기는 공중에서 폭발해 인명 피해를 끼쳤다고 설명했다.
크림반도 현지 정부 당국은 휴일을 맞아 많은 주민이 찾은 세바스토폴 북쪽 해변에 이날 정오께 미사일 파편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지사는 부상자 중에는 27명의 어린이도 포함되어 있으며 8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방송들은 세바스토폴 인근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주민들이 긴급하게 대피하는 모습을 내보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세바스토폴 민간인을 겨냥한 의도적인 미사일 공격의 책임은 무엇보다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워싱턴에 있다”며 이에 상응하는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는 이 미사일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미국 전문가들이 첩보 위성이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격 좌표를 입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은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로, 미국은 지난 4월 즈음부터 우크라이나에 조용히 이 무기를 제공해왔다. 이 미사일 시스템에는 큰 폭탄 안에 작은 폭탄이 다수 들어 있는 집속탄을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집속탄은 공중에서 폭발해 넓은 지역에 무차별적인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2008년 ‘집속탄에 관한 협약’을 마련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108개 나라가 이 협약에 서명했으나,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은 서명하지 않았다.
러시아 국내에서는 이번 공격이 의도적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고 스푸트니크 등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싱크탱크 ‘군사정치분석국’의 니콜라이 코스티킨 분석가는 우크라이나군이 군사시설을 공격 목표로 했더라도 의도적으로 인구 밀집 지역을 거쳐가도록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격추시키더라도 민간인 피해 위험을 유발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