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54년째 '뉴욕 프라이드 행진'
미국 주요 도시·세계 각지서 열려
미국 최대 성소수자 축제 '뉴욕 프라이드 행진'이 열린 지난달 30일 뉴욕 시내에 모인 관중이 행진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곳곳에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연례 성소수자 축제가 열리며 무지개 깃발이 나부꼈다. 올해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행진을 막고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행진 구경 관람객도 250만 명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개최 54년째를 맞은 뉴욕시 '프라이드 행진'에 수만 명이 모였다"며 이번 행사 풍경을 보도했다. 무지개 깃발을 비롯해 무지개색 옷, 액세서리, 보디페인팅 차림을 한 사람들도 거리에 나서 행진을 즐겼다. 1978년 만들어진 무지개 깃발은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한다.
'뉴욕 프라이드 행진'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인 성소수자 축제다. NYT에 따르면 이날 열린 올해 행진에는 2만5,000명의 인파가 동참했다. 주최 측은 행진을 구경하려는 관람객도 약 250만 명이나 몰렸다고 추산했다.
미국 최대 성소수자 축제 '뉴욕 프라이드 행진'이 열린 지난달 30일 뉴욕 시내에 모인 관중이 행진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바이든도 이틀 전 '기념관' 찾아 지지 호소
뉴욕 프라이드 행진은 1970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성소수자가 많이 드나들던 뉴욕 맨해튼의 바 '스톤월인'에 경찰이 들이닥쳐 이들을 대거 체포하자, 1969년 6월 개최된 대규모 항의 시위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스톤월인은 성소수자 인권의 상징이 됐고, 매년 6월 말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와 전 세계 각지에서 성소수자들의 '프라이드 행진'이 열렸다.
뉴욕주 고위 인사들도 이날 행진에 참여하며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 나섰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등이 모습을 보였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행진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 옛 스톤월인 자리 일부에 세워진 스톤월 국립기념물 방문자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성소수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도로에 앉아 '뉴욕 프라이드 행진'을 가로막고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가자 전쟁 반대" 외쳐
올해 행진에서는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의 등장도 눈길을 끌었다.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국기가 휘날렸고, 일부 참가자는 팔레스타인 전통 복식인 체크무늬 천(카피예)를 둘렀다. 행진 중간에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12명이 도로에 앉아 행진을 막아섰고, 많은 군중이 그들을 지지하면서 '팔레스타인 해방'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AP통신은 "무지개로 뒤덮인 축제 참가자들이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의 거리 퍼레이드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넓은 범위를 아우른 이번 축제는 참가자들에게 공동체의 힘을 인식시켰고, 최근 대두된 반(反)성소수자 법안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정치의 장이 되기도 했다"고 짚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