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영국 내 인력 4분의 1 이상 해고 대상자
매출 절반 이상 차지하는 아시아에 집중할듯
본국서 구조조정, 아시아서 확장하자 비판 여론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수석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이 '다이슨 슈퍼소닉 뉴럴 헤어드라이어(Dyson Supersonic Nural™ hair dryer)'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영국 가전회사 다이슨이 영국 직원 1000명을 대규모 해고하기로 했다. 인력 감축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주력 시장인 아시아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이슨 영국 직원 1000명이 9일(현지시간) 오전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내 다이슨 직원이 약 35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력의 약 30%가 정리해고 대상자에 올랐다. FT는 이번 대규모 해고는 다이슨이 전 세계적으로 1만5000명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각국의 해고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이슨은 이번 결정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업적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노 키르너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다이슨은 혁신과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고,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빠르게 성장했고, 모든 회사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 사업 구조를 검토한다"며 일자리 감축은 "항상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다이슨 측이 지난 5월 영국 조기 총선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해고를 검토했으나 정치적 결정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다이슨은 주요 시장인 아시아에 집중할 전망이다. 영국에는 다이슨 연구·개발(R&D) 센터를 남겨둘 전망이지만, 일부 R&D 업무는 이미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다이슨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전세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고 있다. 다이슨은 2019년 주 소비자와 제조시설이 아시아에 있다는 이유로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영국에서는 다이슨의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 결정을 두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자국 내 일자리 시장과 정책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FT는 "이러한 일자리 감축은 영국에 타격"이라며 이번 결정이 조나단 레이놀즈 신임 상무부 장관이 170명이 넘는 기업 총수들과 전화하며 인사한 날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투자플랫폼 AJ벨의 재무분석책임자 대니 휴슨은 "이번 소식은 해고 인력 뿐만 아니라 노동당의 경제 성장 추진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다이슨 창립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예전부터 영국의 경제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며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이슨이 브렉시트를 지지했으나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영국 정치 지도자들에게 날세운 발언을 이어가는 등의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영국 정치 지도자들이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부의 창출과 성장은 '더러운 단어'가 됐다"고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에 말하기도 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지난해 12월 영국 일간지 데일러미러의 발행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했다. 해당 매체는 제임스 다이슨이 브렉시트를 지지했지만 이후 회사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한 결정은 '위선'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당시 런던 고등법원은 데일리미러의 기사가 '의견'에 해당하며, 다이슨이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