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불끈 쥔 트럼프 모습 활용…"대관식 방불케 할 것"
현지시간 18일 후보 수락 연설…"전대 절정에 달할 전망"
1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 도중 오른쪽 귀에 총을 맞은 뒤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주먹을 쥐고 있다. 이날 총격으로 현장에 있던 지지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2024.07.15. ⓒ 로이터=뉴스1 ⓒ News1 장시온 기자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8) 피습에도 예정대로 개최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당초 계획대로 전대가 열리는 위스콘신주(州) 밀워키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동안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고,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가 발표되는 일정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전대에 대해 '트럼프 쇼'(Trump show)라고 이름 붙이고 "대관식을 방불케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화당은 전날(13일) 펜실베이니아주 대선 유세 중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벌어진 총격 사건을 전대에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피습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를 흘리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 모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함'이라는 이미지를 배가시켰다는 평이다.
공화당은 이미 이번 전대를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슬로건에서 딴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로 명명하고 나흘간의 주제(테마) 또한 이 슬로건에 맞춘 상태다.
구체적으로 15일 '미국을 다시 한번 부유하게 만들기'(미국 우선 경제 정책)를 시작으로 △미국을 다시 한번 안전하게 만들기(16일, 국경 정책·무분별한 범죄 및 마약 유통 종식) △다시 한번 미국을 강하게 만들기(17일, 중동 전쟁 등 외교 정책)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 만들기(18일, 트럼프를 통한 미국의 위상 회복)로 구성됐다.
CBS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2400명의 대의원들을 통한 투표에서 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될 예정이다. 후보 수락 연설은 18일에 이뤄진다.
CBS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이후 세 번째로 당의 지명을 수락하면서 (전대는)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부통령 후보는 15일에 지명될 예정이다. 부통령 후보 연설은 17일에 예정돼 있다.
당 정강 정책 또한 첫날인 15일 승인이 예상된다. 이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인 '힘을 통한 평화'를 골자로 하는 외교·안보정책, 낙태를 연방법으로 금지한다는 문구가 삭제된 점 등이 골자로 꼽힌다.
당 대선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내용을 설파하는 지원 연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단 극우 논객 터커 칼슨,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안팎의 정계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최대 라이벌로 꼽혔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도 전대 연설 초대를 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CBS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부통령 후보들(J.D 밴스·마르코 루비오·팀 스콧 상원 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도 모두 연설에 나선다.
전대에는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연설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딸 이방카 트럼프도 명단에 없다고 CBS는 전했다.
미 공화당 전당대회(RNC)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시 파이서브포럼 경기장이 13일(현지시간) 준비를 거의 마치고 개막만 기다리고 있다. 2024.07.14.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대신 이번 선거에서 적극 뛰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가 각각 약혼자와 아내와 함께 연설한다. 에릭 트럼프의 아내인 라라 트럼프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유명인으로는 컨트리 가수 리 그린우드와 크리스 잰슨, 모델이자 래퍼인 앰버 로즈가 포함됐다.
가디언은 "연사들은 밀워키에서 줄을 서서 '방탄 후보자'에게 경의를 표할 것"이라고 평했다. 대선에 출마한 1912년, 밀워키에서 유세하던 중 총탄에 가슴을 맞았다가 죽음을 면한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사례도 거론됐다.
스티브 슈미트 전 공화당 전략가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와 관련 "이번 암살 시도의 정치적 결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루스벨트와 같은 방식으로 총에 맞은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루스벨트는 총격으로 가슴, 트럼프는 오른쪽 귀를 다쳤는데, 둘 다 총격 후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미(美) 정치학자 래리 사바토는 "트럼프의 대관식은 영국의 대관식을 한순간에 부끄럽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전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찬양의 목소리'가 빗발칠 것이란 전망이다.
공화당 출신 마이클 스틸 전 메릴랜드 부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은 '좀비 정치인'일 것이라며 "막대 인형을 가져다가 트럼프 옆에 세워도 행사장에 있는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부통령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의 여파로 평소보다 높은 경계 태세가 갖춰졌다고 CBS는 전했다.
총격범이 비밀경호국이 설정한 보안 경계선 밖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경계를 확장하는 작업 등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화당 전대에는 전 세계 수백 명의 언론인을 포함, 5만 명 이상이 참석할 전망이다.
(서울·밀워키<위스콘신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