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부문에서도 미국과 중국 업체들 선두 경쟁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뤄보콰이파오 탑승영상/자료=중국 웨이보
지난 5월초 방문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길을 걷다 윙윙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구글의 로보택시 웨이모(Waymo)가 보였다. 차 측면의 센서가 빠르게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역시 미국이 첨단기술의 본산이라는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7월 들어 중국 우한의 로보택시 뤄보콰이파오(아폴로 고)가 화제가 되기 시작하더니 중국 전역이 로보택시 때문에 난리다. 중국 증시는 로보택시 테마주가 부상하며 진장온라인이 7월 17일까지 7일 연속 상한가(+10%)를 기록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줄줄이 올라오는 로보택시 체험 영상을 보면서 이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율주행은 미국과 중국이 가장 앞서 나간다. 테슬라는 오는 8월 8일 자체 자율주행 기술인 FSD(Full Self-driving)가 적용된 로보택시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이를 10월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자율주행 행보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선전시는 이달 중 자율주행 버스 운행을 시작하며 연내 20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상하이는 다음 주 '완전 무인' 로보택시 주행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율주행 실험실로 변모한 우한중국 자율주행 시장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은 뤄보콰이파오(아폴로 고)를 운영중인 중국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다. 바이두는 2015년부터 자율주행 개발에 나섰으며 2017년 자율주행 플랫폼인 아폴로 고(Apollo go)를 내놓았다. 현재 운행 중인 로보택시는 대개 아폴로 5세대 차량이다. 바이두 외에도 포니AI, 위라이드(WeRide) 등 중국 스타트업이 로보택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뤄보콰이파오 차량(아폴로 고) /신화=뉴시스
뤄보콰이파오는 우한, 베이징, 선전 등 중국 11개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영 중인데, 특히 중국 중부의 교통 중심지인 우한은 세계 최대 자율주행 실험실로 변모했다. 우한에는 500대의 로보택시가 운행하고 있으며 7월 기준 자율주행 기록은 1억㎞, 탑승횟수는 600만회를 돌파했다.
뤄보콰이파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중국 인플루언서들도 앞다퉈 우한을 찾아 뤄보콰이파오 탑승기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234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리라오슈의 자동차 이야기'가 올린 뤄보콰이파오 탑승기를 재밌게 봤다.
그는 베이징과 달리 조수석에 안전 인원이 착석하지 않고 '완전 무인'으로 운행되는 차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다. 10㎞ 거리를 갔지만, 요금은 불과 2.94위안(약 560원)이다. 뤄보콰이파오가 로보택시 보급을 위해 요금을 대폭 할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한의 택시기사들은 뤄보콰이파오로 인해 승객이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요금이 택시보다 훨씬 싸고 또 호기심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뤄보콰이파오를 타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10㎞ 거리를 갈 때 뤄보콰이파오의 요금은 4~16위안(약 760~3000원)인 반면, 디디추싱 등 차량공유 서비스 가격은 이보다 비싼 18~30위안(약 3400~5700원)에 달한다.
중국 스마트 커넥티드 카 시장 전망/그래픽=이지혜
중국이 자율주행에 올인하면서 중국 자율주행 관련 시장은 내년 우리 돈으로 100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중국 인허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스마트 커넥티드카(Intelligent and Connected Vehicle, ICV) 관련 시장이 오는 2025년 7295억위안(약 139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 자율주행 차량을 뜻하는 스마트 커넥티드카 시장이 6451억위안(약 1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마트 커넥티드카 관련 시장은 2030년에는 2조5825억위안(약 491조원)으로 커지고 스마트 커넥티드카 시장만 2조266억위안(약 38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모빌리티 혁명을 선도하려는 중국 정부의 야심중국 정부는 로보택시 산업을 키우는 이유는 거시적이다. 작년 전기차 판매량 950만대로 세계 전기차 시장의 60%를 차지한 중국이 전기차로 촉발된 모빌리티 혁명에서도 미국을 앞서가기 위한 것이다.
이를 알 수 있는 게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동차·도로·클라우드(車路雲) 일체화' 정책이다. 7월 초 중국 정부는 '스마트 커넥티드카의 자동차·도로·클라우드 일체화 시범도시 목록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며 우한,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20개 주요 도시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중국 각 지방정부도 발벗고 나섰는데, 베이징시가 5월 공공조달 플랫폼에 올린 '자동차·도로·클라우드 일체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의 규모는 무려 99억3900만위안(약 1조8800억원)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는 2324㎢ 면적 내의 6050개 교차로에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을 위한 전용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미줄처럼 뻗은 우한의 자율주행 시범도로 현황/사진=우한시정부 홈페이지
지난해 말 기준 우한시는 스마트 커넥티드카의 주행 테스트가 가능한 개방형 시범 도로가 3378㎞에 달하며 770만명이 거주하는 3000㎢ 이상의 면적을 커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범 도로 길이와 면적 크기 모두 중국 1위로 사실상 우한시 전체가 자율주행 실험실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로보택시에 뛰어드는 이유도 동일 선상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중국 싱크탱크인 베이징 사회과학원의 왕펑 연구원의 말을 빌리면 첫째, 로보택시 시장은 거대한 상업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인 기술 성숙과 비용 하락으로 향후 대규모 운영과 수익성 실현이 가능해서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둘째, 풍부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해서 알고리즘을 최적화함으로써 자율주행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노출도를 늘리고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켜서 향후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4월말 중국 베이징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블룸버그
지난 6월 테슬라가 상하이에서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인 FSD(Full Self-Driving) 테스트를 승인 받은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중국 정부는 테슬라도 중국으로 끌어들였다. 중국에서의 FSD 테스트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 자율주행 업체들을 긴장시키는 '메기효과'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동화는 전반전,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화가 후반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세계 전기차 생산·판매 중심에 선 데 이어 로보택시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혁명에서도 앞서갈지 모른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