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등 물가 치솟고 환경 오염까지
바르셀로나, 크루즈 관광세 인상 등 대책 마련
본격 여름 휴가철을 맞은 스페인에서 관광객을 반대하는 시위가 수 주 째 이어지고 있다. '과잉 관광'(오버 투어리즘)으로 인한 물가 폭등과 환경 오염 등 주민들이 겪는 일상 속 불편함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최근 몇 주 동안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섬, 말라가, 카나리아 제도 등 스페인 주요 관광지에서 과잉 관광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과잉 관광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스페인 알리칸테 시민들[사진출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6일에는 바르셀로나 도심에 수천 명이 모여 여행 때문에 도시가 죽어간다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유명 식당에 자리 잡은 관광객들을 향해 물총을 쏘면서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이어 가두행진을 벌이면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식당 테라스에 출입금지구역을 표시하는 테이프를 붙이기까지 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알리칸테 주민들이 "알리칸테, 판매용 아님", "관광객은 우리 동네를 존중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마요르카섬의 팔마데마요르카에서는 21일 저녁 시위가 예정돼 있다.
BBC는" 마요르카섬의 해변은 발 디딜 틈 없이 관광객으로 꽉 들어찼고, 주차공간 찾기가 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점과 식당가에서는 결제 알림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급증하더라도 현지인은 이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불편함만 가중되면서 항의 시위가 확산 중이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주요 관광지의 물가가 치솟았고, 지역 정체성 훼손과 환경 오염의 악영향이 크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곳 주민 소니아(31)씨는 "파트너와 별거하기로 했지만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여전히 한집에 살고 있다"면서 과잉 관광 시위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해변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출처=AFP 연합뉴스]
바르셀로나는 최근 관광객을 상대로 한 단기 아파트 임대를 금지하기로 한 데 이어 크루즈 기항 관광객에게 물리는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은 매년 2300만명 이상에 이른다. 이 때문에 도시 전역은 관광객들이 캐리어를 끄는 소리 등 소음, 쓰레기, 교통 체증, 주민 사생활 침해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우메 콜보니 바르셀로나 시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체류 시간 12시간 미만의) 크루즈 경유 관광객에게 물리는 세금을 상당한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들은 우리 도시에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고 공공장소를 상당한 수준으로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바르셀로나가 크루즈 기항 승객에게 물리는 관광세는 하루 7유로(약 1만원)다.
이에 앞서 지난달 바르셀로나는 2029년까지 에어비앤비 아파트를 모두 없애는 '에어비앤비 클린 도시'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바르셀로나는 몰려드는 관광객에게 집주인이 숙박용 주택을 내주는 바람에 현지인들의 거주 공간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스페인뿐 아니라 유명 관광지가 있는 전 세계 지자체들은 앞다퉈 오버 투어리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시는 올해 들어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도시 입장료(5.5유로)를 부과하고 있다. 베네치아는 이러한 제도 도입에도 과잉관광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도시 입장료를 2배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인도네시아 발리도 지난 2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관광세를 받고 있다.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프랑스 파리 등도 이미 관광세를 받고 있다. 또 서울 종로구는 북촌한옥마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내년 3월부터 오후 5시 이후 이곳의 관광객 통행을 제한할 예정이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