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 <게티이미지뱅크>
[신짜오 베트남 - 303]몇 해 전의 일입니다. 베트남에 체류할 당시, 아내와 아이들과 친하게 지냈던 만 24세의 베트남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약 2시간 걸리는 시골 출신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농사를 지었고, 그녀는 하노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백화점에서 일했습니다.
그녀는 종종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곤 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은 물론이고 주변 친척과 이웃들까지 모두 입을 모아 “빨리 시집가야 한다”고 성화를 부린다고 했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린데 뭐가 그리 급하냐’고 물어보면, 고향에서는 이미 25살이 되면 ‘노처녀’ 취급을 받고, 서른이 넘으면 아예 결혼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쯤 한국 나이로 서른 즈음일 그녀가 지금은 시집을 갔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녀는 입버릇처럼 ‘나는 결혼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위 사례만 보면 베트남은 일찍 결혼하는 문화가 굳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개발이 덜 된 시골의 분위기이고, 하노이와 호치민 같은 대도시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지난 4월 베트남 팜민찐 총리가 서명한 문서가 있습니다.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베트남 젊은이들이여, 서른 전에 결혼하라’입니다. 남녀가 30세 전에 결혼하고 여성이 35세 전에 두 번째 아이를 낳을 경우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소득세를 깎아주고 공립학교 우선 입학 혜택이 주어지며, 주택 임대 시에도 우선권을 가지게 됩니다. 반대로 결혼하지 않거나 너무 늦게 결혼할 경우 더 높은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이번 정부안의 골자입니다.
정부안 발표 당시 세부 사항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이 정책은 출산율이 낮은 도시 지역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베트남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결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베트남 신혼 부부. <게티이미지뱅크>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경제수도’ 호치민의 평균 초혼 연령은 이미 30세를 돌파했습니다. 2019년 이후 매년 초혼 연령이 0.7년씩 늦어져 올해 30.4세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관련 조사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출산율 저하로 바로 이어집니다. 이미 5년 전인 2019년 기준 도시 지역과 대학 교육을 받은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각각 여성당 1.83명, 1.85명이었습니다. 반면 시골 지역과 고졸 이하 여성의 출산율은 각각 2.26명, 2.59명으로 훨씬 높았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17년 안에 베트남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7%에서 14%로 두 배가 됩니다. 인근 나라 싱가포르와 태국은 각각 이 과정을 넘기는 데 22년과 20년이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한국의 극단적인 사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혼인 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극단으로 떨어지기 전에 무리수를 둬서라도 문제를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베트남은 한국 못지않게 교육열이 강하고, 교육비를 대기 위한 맞벌이 열풍도 거셉니다. 악착같이 벌어서 자식에게 최고의 교육 여건을 제공해주겠다는 열혈 부모가 넘쳐납니다.
그리고 오랜 과거부터 모계사회 분위기였던 베트남은 여성의 사회참여가 강한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은 자연스럽게 ‘적게 낳아 잘 기르자’로 넘어가고, 이는 한국이 겪은 상황과 매우 비슷합니다.
하지만 다소 우악스러운 ‘서른 전에 결혼해 서른다섯 전에 애를 둘 낳아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베트남에서도 상당한 반감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 베트남 여성은 이 정책을 처음 접했을 때 ‘화가 났다’고 털어놓습니다.
“출산은 굉장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영역이지 않나요.” 나이 들어 결혼을 안 하고 애를 늦게 낳는다고 세금을 더 내는 정책은 베트남 여성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합니다.
외신에서 소개하는 다른 여성은 이렇게 말합니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로 신경 쓰지 않게 되죠. 정부가 이런 법을 통과시킬 정도라니, 정말 베트남의 상황에 문제가 있긴 한가 봅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