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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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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책은 없이 ‘속빈 강정’으로 끝났다.”

지난 18일 나흘간 열렸던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 전회)가 폐막했습니다. 3중 전회는 5년 주기로 열리는 당대회 사이에 총 7번 열리는 전체회의 중 3번째인 회의 입니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경제정책 등 국정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쳐왔던 중요한 자리죠.

통상 지난해 가을이나 연말에 열렸어야 했던 회의가 반년 이상 미뤄지면서 중요한 정책적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현재 중국 경제는 장기화된 부동산 침체에 지지부진한 성장률, 내수 및 소비회복 지연 등으로 고전 중입니다. 이에 특이할 만한 경기 부양책이 나올 거란 기대감이 높았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중국식 현대화’라는 장기 비전과 ‘개혁 심화’ 방침이 나오긴 했지만, 이런 것들은 예전에도 나왔던 이론적 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제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은채 내실 없는 회의로 마무리 됐다는 박한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스허링 호주 모나시대 교수는 “이번 결정 내용은 사실상 5년 전에도 적용됐던 것이다. 당 지도부가 현재 중국이 직면중인 경제문제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中 “2029년까지 개혁 완료” 선언에 담긴 의미

 

지난 15~18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모습. [신화통신]

지난 15~18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모습. [신화통신]

 

다만, 정치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29년까지 개혁을 완수한다” 라고 선언한 대목입니다.

이번 3중 전회에서 그들은 ‘중국식 현대화’ 추진이라는 목표 아래 8가지 개혁 항목을 들었습니다. 그중에는 △국가 안전 체계와 능력의 현대화 추진 △국방과 군대 개혁의 지속적 심화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같은 ‘개혁 임무’에 대해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한 겁니다.

시진핑 정권 출범이후 공산당 지도부는 이미 2035년까지 현대화 국가를 기본적으로 건설하고, 2049년까지는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3중 전회에서 ‘2029년’ 이라는 새로운 시한을 설정했습니다. 단순히 5년 이라는 단기 시한을 제시한 것일 수도 있지만, 2029년은 중공 건국 8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주석은 2년전 열렸던 20차 당 대회에서 관례를 깨고 후계자 지명은 물론 후계자를 암시할 만한 아무런 인사조치나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다음 당 대회가 열리는 2027년 시주석이 4연임에 나설 가능성이 일찍이 거론돼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3중전회는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은 명백히 시주석의 4연임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3년 뒤 차기 당대회에서 시주석이 집권기간의 업적으로 내세울 성과가 부족해질 공산이 큽니다.

이에 시주석은 개혁이 완성되는 시점을 임기만료 시점인 2027년 보다 2년뒤인 2029년으로 잡아 4연임에 유리한 입장에 서도록 포석을 놓은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마디로 권력 유지를 위한 ‘교묘한 연명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中, 트럼프 당선 ‘미중 디커플링’ 대비...대만통합 준비작업도

 

챗GPT가 미중 디커플링을 형상화한 이미지.

챗GPT가 미중 디커플링을 형상화한 이미지.

 

이와함께 국제 정세 변화, 특히 향후 미중관계의 향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3중전회에서 강조된 ‘중국식 현대화’와 ‘자립자강’이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가능성에 대비하는 전략이라는 겁니다.

익명의 중국 전문가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미중 대립속 디커플링이 더욱 진행되는 상황에 대비해 중국경제의 자립을 확립하는 최종 기한을 2029년으로 정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3중전회 결정문에는 첨단산업 기술 역량 제고와 더불어 “자주적이고 통제가능한 공급망의 조속한 구축” “국가 비축 체제 정비의 가속화”라는 문구도 포함돼 있습니다.

확실히 2017년 트럼프 1기 출범과 함께 달궈졌던 미중 무역전쟁은, 현재 트럼프 후보의 언행들로 볼때 트럼프 2기가 들어설 경우 재점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만약 내년 트럼프 2기가 들어선다면 4년 임기가 끝나는 시점은 정확히 2029년이 됩니다. 시주석으로서는 그때까지 목표로 하는 개혁을 추진한다는 생각일 겁니다.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자력갱생 중국” 실현이 목적입니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건 중국의 자립 달성은 대만을 먹겠다는 시주석의 ‘중국몽’ 달성을 위한 준비작업도 된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전인대 폐막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이 “흔들림 없이 조국 통일 과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인대 폐막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이 “흔들림 없이 조국 통일 과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대만 침공을 단행할 경우 미국 등 서방의 제재가 예상됩니다. 그런데 자립한 중국은 경제적으로 이를 버틸 체력을 갖춰놓았을 공산이 큽니다. 재제가 자국민들의 생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할 수도 있습니다.

즉, ‘미중 디커플링 대책’으로 중국은 양안 통일이라는 시진핑 정권의 최대 목표 달성에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게 되는 셈입니다.

경제 부진 등 대내적 어려움에 직면한 시주석에게 양안 문제 해결은 4연임 또는 그 이상을 위한 모든 걸림돌을 일시에 제거해주는 유일한 돌파구 입니다.
 

트럼프 2기, 과연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대만을 지킬 것인가?

 

지난 1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을 내려오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을 내려오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년전 윌리엄 번스 미국 CIA국장은 “중국이 (대만문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할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2029년 이전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시주석이 인민해방군에 2027년 침공 실행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1년전 보다는 다소 수그러든 모습입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지난달에도 분리독립을 시도하거나 선동하는 ‘대만 독립분자’에 최고 사형 처분까지 내리는 관련 지침을 발표하는 등 대만 이슈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주석의 대만침공 결정에 판단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가장 눈여겨 보는 이벤트는 분명 석달뒤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일 겁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미 대선 결과가 중국의 대만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트럼프 재선을 가장 바라는 사람은 푸틴, 그리고 시진핑”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트럼프 2기가 집권한다면 1기때의 모습 뿐 아니라 현재 그의 언행으로 볼때 미국이 다시 고립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중국 전문가 이철 박사는 “중국 입장에서 승리가 예견되는 상황, 즉 미국의 대만 보호 정책이나 전략이 미진할 경우 침공을 단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홍콩 민주화 사태때도 그랬지만 대만 문제도 중국의 내정이라고 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수 있겠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최근 대만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만인의 약 50%가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 대만 유사시 미군의 파병 가능성은 낮아질 것 이라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달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와 인터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인스타그램]

이달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와 인터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인스타그램]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불안감에 부채질을 하는 형국입니다.

그는 지난 17일 미국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미국에서 9500마일 떨어져 있지만 중국에서는 68마일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중국은 (쉽게) 대만을 포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멀리 떨어진 대만을 미국이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불만을 에둘러 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입장에서는 쾌재를 부를 일입니다. 다음날 중국 환구시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의 대만 개입 가능성은 공허한 약속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그의 발언이 어디까지 진심이고 정략적 발언인지 확인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반복되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더 강경하게 나갈 위험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대만해협 긴장은 한반도 긴장과도 뗄레야 뗄 수 없는 문제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양안사태 발발시 중국과 대만간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자의든 타의든 한국도 연루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 아직 누구도 예단할 순 없습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정상의 판단과 결정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때문에 대만 해협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현재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국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어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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