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발 이상 포탄 날아와…한 발이 축구장 폭격
이스라엘 “헤즈볼라 소행 분명”…헤즈볼라는 부인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에 있는 축구 경기장에 로켓이 떨어져 분화구가 생겼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이번 공격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소행이라고 설명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발사한 로켓이 이스라엘 북부 점령지인 골란고원의 축구장에 떨어져 어린이, 청소년 등 12명이 죽고 2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27일(현지시각)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저녁 레바논 헤즈볼라가 쏜 로켓 한 발이 (골란고원의) 마즈달 샴스 중심부에 있는 축구경기장을 타격해 이스라엘 어린이 10명이 사망했고 약 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미 뉴욕타임스 등은 이스라엘군을 인용해 현재까지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가운데 추가로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말 가자 전쟁 개전 직후부터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의 국경지대에서 헤즈볼라와 공격을 주고받아 왔지만 이스라엘 민간인 피해 규모가 이 정도로 큰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 당국도 헤즈볼라가 감행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 로켓이 떨어진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일 전쟁에서 시리아에 빼앗은 뒤 현재까지 점령 중인 지역이다. 유엔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가리 대변인은 현재까지 진행된 군 초기 조사에 따르면 공습 경보가 발동되긴 했으나 “너무 짧았고 즉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공격에 대해 “헤즈볼라가 거짓말을 하고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군이 입수한 정보로는 헤즈볼라의 소행이 분명하다면서 “매우 심각한 사건이며 마땅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 설명에 따르면, 이날 오후 발사체 40발 이상이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어 날아왔다. 대부분은 공터에 떨어졌지만 한 발이 축구경기장에 떨어졌고 인명 피해를 냈다. 해당 로켓은 이란에서 제조됐다. 폭발성 탄두 53kg를 탑재한 ‘팔라크 1’이라는 모델로 헤즈볼라가 보유하고 있다. 이 로켓은 레바논 남부의 체파 마을에서 마즈달 샴스를 향해 발사됐다. 이스라엘군은 사전에 헤즈볼라가 이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맞대응’을 다짐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가 “이번 공격에 대한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방문 중이었던 그는 귀국을 앞당기고 이후 안보 내각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도 “헤즈볼라가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것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대응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에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밤 곧바로 레바논 차브리하, 보르즈 엘 크말리, 킬라, 랍 엘탈라틴, 키암, 타이르 하르파 등 지역에서 헤즈볼라의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28일 밝혔다.
네타냐후 정부의 극우 정치인들 역시 이날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다.
하지만 가자 전쟁을 열 달 가까이 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도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부담이다. 미국 정보 당국에서는 이번 공격이 헤즈볼라의 소행인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이 실제로 축구장을 겨냥했는지 아니면 실수였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헤즈볼라 쪽에서는 공격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모하메드 아피프 헤즈볼라 수석 대변인이 “마스달 샴스에 대한 공격을 전적으로 부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자신들이 이스라엘 군사 기지를 향해 로켓, 드론을 동원한 10차례 공격을 감행한 점은 확인했다. 이날 오후 축구장 공격이 있기 전 헤즈볼라는 소속 대원 3명이 이스라엘군에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군은 자신들이 국경 마을 크파르 킬라에 있는 헤즈볼라의 무기고를 공격했고 그 안에 무장대원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한 학교에서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3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현지 보건 당국이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15명, 여성 8명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