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된 가운데, 여론에 즉각적 영향을 미칠 ‘말실수’에 대한 경고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액션의 '더 빌리버 서밋 2024'에서 무대에 올라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기독교 단체 행사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트럼프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보수 기독교 단체 주최 행사에서 “기독교 유권자들은 자신이 해야 하는 것처럼 투표를 하지는 않는다”며 기독교인들의 투표를 촉구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후에 나왔다. 그는 “여러분은 (이번에 투표하면) 더 이상 투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투표를 할 필요가 없어지는 이유로는 “(본인 취임 후)4년만 더 있으면 그것(정책 실패 등)은 고쳐질 것(Four more years, it will be fixed)”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해당 발언이 트럼프의 권위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인 성향의 증거란 주장이 나온다”며 “트럼프가 이번 대선이 미국의 마지막 선거가 될 거라고 위협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해석을 함께 달았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도 “좌파 진영에서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선거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한 의문이 다수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관련 논란에 대해 트럼프 캠프에선 발언의 취지를 명확히 해달라는 요청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가 27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의 콜로니얼 극장에서 열린 선거 기금 모금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날 CNN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2020년 6월9일 뉴욕 지역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진행되던 ‘경찰예산 삭감 운동’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해리스는 당시 “이 운동 전체는 ‘우리가 경찰 예산을 살펴보고, 예산이 올바른 우선순위를 반영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올바른 주장에 대한 것”이라며 “미국 도시들은 경찰을 군대화하면서 공립학교 예산은 삭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인터뷰에서는 당시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경찰 예산 1억5000만 달러(약 2076억원)를 삭감해 대민 서비스 예산으로 돌리기로 한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시기는 40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관에 체포되는 과정에 경찰관의 무릎에 목을 9분여 눌린 끝에 사망한 사건 이후 과도한 경찰권 행사에 대한 비판과 경찰 개혁 요구가 분출됐던 때였다. 다만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예산 삭감에 동의하는 듯한 발언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 출신인 해리스가 자신과 트럼프와의 선거 구도를 ‘검사 대 중범죄자’의 대결이란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언론들이 두 후보의 말실수 등에 주목하는 이유는 박빙으로 좁혀진 지지율 때문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이후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급속히 좁혀졌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엑스(HarrisX)와 함께 22~24일 진행한 조사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은 45%로 트럼프(47%)에 2%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바이든 전 대통령 사퇴 전이던 지난 19~21일 조사엔 트럼프가 48%를 기록하며, 40%였던 바이든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었다.
중도층 가운데서도 해리스(40%)와 트럼프(42%)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인 2%포인트로 나타났고, 향후 표의 확장력을 가늠할 지표가 되는 호감도도 44%로 동률을 기록했다.
경합주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은 사실상 동률을 이루거나, 해리스가 트럼프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뉴스가 조사한 4개 경합주 가운데 두 사람은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에서 49%의 동률을 기록했고, 위스콘신에선 트럼프가 50%로 해리스(49%)를 1%포인트 앞섰다. 미네소타에선 해리스가 52%의 지지를 받아 46%인 트럼프를 앞섰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