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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낡고 부도덕한 정치인' vs '기성정치와 차별화' 프레임 가동

역대 미국 대통령선거는 대체로 '부통령들의 무덤'이었다. 2016년 대선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선 출마의 꿈을 접었다. 장남 보 바이든이 2015년 뇌종양으로 사망한 후 충격 속에서 다음 해 대선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을 대통령 후보로 미는 바람에 출마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도 많았다. 이보다 앞선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기에는 앨 고어 부통령이 조지 W 부시에게 패배했다. 

20세기에 닉슨 대통령, 존슨 대통령, 포드 대통령이 부통령을 지낸 후 대통령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닉슨은 대권 도전 삼수 만에 당선된 경우였고, 존슨과 포드는 현직 대통령의 유고(케네디 사망, 닉슨 사임)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사례다. 선거에서 승리해 부통령에서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아니었다. 현직 부통령에서 바로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레이건 집권기인 1988년의 조지 HW 부시 당시 부통령이 거의 유일했다. 하지만 그도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에게 패해 연임에 실패했다. 

현재 사실상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해리스 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후보를 사퇴해 갑자기 대선에 나서게 된 첫 케이스다. 최초의 여성 연방상원의원, 최초의 여성·흑인 부통령 타이틀을 가진 해리스가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이라는 또 다른 최초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왼쪽)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연합·AFP연합

 (왼쪽)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연합·AFP연합

해리스의 남편은 유대계 백인 법조인 

일단 해리스가 트럼프의 바람을 잠재우고 있는 모양새다. CNN과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7월28일 현재 해리스 대선캠프는 일주일 만에 2억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 대선캠프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후 24시간 만에 8100만 달러, 36시간 동안 1억 달러를 모았으며 7월27일 매사추세츠주 버크셔에서 진행한 첫 소규모 모금행사에서도 목표치의 3배인 140만 달러를 모았다고 공개했다. 

특히 바이든의 후보 사퇴 후 일주일 동안 해리스에게 기부한 후원자 중 66%에 달하는 17만 명은 처음 후원에 나선 유권자로 집계됐다. 해리스의 호감도도 수직 상승 중이다. ABC뉴스와 입소스가 7월26∼27일 미국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리스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43%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8%포인트 상승한 기록이다. 반면 같은 기간 트럼프의 호감도는 40%에서 35%로 5%포인트 하락했다.

다급해진 트럼프 측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내세웠던 '통합(unity)' 기조를 폐기하고 다시 강성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는 한편, 해리스에 대한 총공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특히 SNS와 온라인 광고에서 '바이든-해리스(Biden-Harris)'라는 표현을 빈번히 내세우며 해리스와 바이든을 한통속으로 묶어두려는 전술을 펼치고 있다. 해리스의 차별화 포인트를 상쇄하려는 시도다. 

해리스가 이번에 부통령에서 바로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 비호감'을 호소하고 있는 미국 유권자들에게 기성정치와의 차별화 효능감을 안겨주어야 하는 핵심 과제가 놓여 있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데서 고령의 백인 남성인 바이든과 트럼프에 비해 해리스가 가진 50대의 여성 흑인이라는 조건은 훌륭한 차별화 자산이다. 트럼프 캠프는 이 차별화가 더 선명해지지 못하도록 후보에서 사퇴한 바이든을 계속 소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 시선 쏠려

부통령 시절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해리스는 이마저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초선 연방상원의원에서 부통령으로 직행한 화려한 이력이 있지만 바이든과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의 지난 4년간 정치적 충돌 속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점은 오히려 지금 대선에서 신선한 후보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해리스가 부통령이라 신선할 것도 없고 과거에 자질 논란도 있긴 했다. 하지만 선거에선 자신이 잘해서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상대가 못해서 이기는 싸움인 경우가 많다. 해리스의 상대인 트럼프는 이미 전직 대통령에다 연임에도 실패한 낡은 정치인 이미지다. 게다가 거짓말과 부도덕성으로 일관한 역대급 비호감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해리스로서는 극과 극 이미지를 형성하며 기성정치와의 차별화 효과를 노려볼 수 있는 게임 구도다. 

또한 해리스는 미국 인구 구성의 57%를 점하고 있는 백인층에도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는 유대계 백인 법조인 엘리트다. 해리스의 러닝메이트가 누가 될 것인지 현재 초미의 관심사이긴 하지만 해리스는 이미 미국 백인 주류 남성을 대변할 수 있는 사실상의 러닝메이트를 배우자로 두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동생 마야 해리스도 스탠퍼드 법대를 나온 법조인 출신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남편 토니 웨스트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무부 차관을 역임하고 현재 우버 수석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해리스는 흑인 여성이지만 주류 백인층에도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해리스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것은 백인 식자층과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확인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백인 노동자층이나 서민층에는 반감 요소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표는 이미 트럼프 지지로 결집되어 있어 더 큰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해리스라는 새로운 후보와 이를 지지하는 백인 중상류층의 확장성과 백인 노동자·서민층의 확장성 중 어떤 것이 더 센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미국 대선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제 미국 유권자와 전 세계의 시선은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장으로 향할 차례다. 트럼프는 6월27일 TV 토론에서의 대승과 7월13일 피격 사건 후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마음껏 누렸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마치 트럼프의 귀환을 알리는 대관식 같았다. 이제 그 컨벤션 효과를 누릴 차례는 해리스에게 다가오고 있다. 해리스가 컨벤션 효과를 한껏 고양하고 승기를 다질 정치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가 공화당보다 한 달 후에 열리는 점은 해리스에게 우호적인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6월27일 트럼프가 TV 토론에서 승리한 후 트럼프의 전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은 토론 참패로 바이든이 낙마하고 새로운 후보가 등장해 어려운 싸움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토론 승리로 전투에서 이겼지만 결국 손실만 남은 '피로스의 승리'에 빗대기도 했다. 그 말이 현실이 될지, 기우에 그칠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미국 대선이 여름을 지나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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