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90여일 앞두고 혼전…국내 산업계, 득실 셈법 분주
트럼프 재집권 땐 조선·건설 수혜 전망…배터리는 트럼프 당선 부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미국 대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산업계의 촉각도 곤두서고 있다. 새 미국 대통령의 얼굴에 따라 미국의 산업·통상 정책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피격'에 이은 '바이든 사퇴'로 미 대선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초접전이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지난달 26~28일 미국 성인남녀 10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 43%, 트럼프 전 대통령 42%를 기록했다. 오차범위(±3.5%)를 감안하면 우열을 말할 수 없는 지지율이다.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의 산업·정책 기조가 다른 탓에 대선 결과에 따라 수혜 업종과 비수혜 업종 운명도 갈리게 된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을 통해 미국 필라델피아주 소재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필리조선소 전경(한화그룹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조선·방산업과 건설기계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다. 시장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 화석연료 투자 확대를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관련 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화석연료 투자가 늘면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늘어 조선업 호황기가 길어질 수 있다.
HD현대건설기계(267270)는 지난달 24일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약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 수요를 상당히 캡처(capture)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전쟁 발발 이전 자사의 우크라이나 건설 시장 점유율이 10~15%에 달했던 점,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에 따른 경제 제재 당시에도 대(對)기업 규제는 해제했던 점, 전후(戰後) 복구 사업이 본격화하면 기존보다 시장 수요가 3배 증가할 것 등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화오션(042660)도 지난달 26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사업 영향 전망에 대해 "미 대선 결과가 LNG선 발주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LNG 신규 파이프라인 승인 가속화로 신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주 46시리즈 원통형 및 리튬인산철(LFP)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산 공장 조감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반면 반도체·배터리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는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세계화·반중국·반친환경 기조를 내세우는 '트럼프 2기'의 출범은 동맹국 중심 공급망 재편 전략에 기대왔던 한국 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를 폐기하겠다"고 밝혀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합작법인(JV) 얼티엄셀즈는 올 하반기 준공 예정이었던 전기차 배터리 3공장의 건설 속도를 최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선 설령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미국 의회 구조상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북미 공장이 세워진 미시간·테네시·조지아주 등은 모두 공화당 우세지역이어서 공화당 의원조차 IRA 폐지에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강도의 반중국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중국산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동맹국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IRA 폐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