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오후 가진 대담이 X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페이스’를 통해 중계됐다. 사진은 지난 6월 6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드림시티교회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에서 연설하는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지난 3월 13일 독일 베를린 인근 그륀하이데에 있는 테슬라 전기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머스크. AFP=연합뉴스
“당신은 최고의 ‘커터’(cutter)입니다. 아주 잘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가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을 비판하며 “납세자 세금이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살펴보는 ‘정부 효율성위원회’가 있으면 좋겠다. 저는 기꺼이 그런 위원회를 돕고 싶다”고 하자 ‘지출 삭감 전문가’란 의미에서 최고의 커터라고 극찬하며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X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페이스’를 통해 2시간 7분간 중계된 대담에서 ‘찰떡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지난달 총격 피습 사건 직후 트럼프의 ‘강인함’을 높이 평가했던 머스크는 이날 “사람들이 낙관하고 기대할 수 있는 흥미진진하고 고무적인 미래를 당신이 대통령으로서 가져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지지’를 공식화했다.
이날 대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해 ‘강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잘 안다”며 이른바 ‘스트롱맨’과의 친분을 거듭 과시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최고의 자리에 있고 강인하고 똑똑하고 악랄하며 자신의 나라를 지키려 한다”며 “그들은 카멀라 해리스(부통령)나 졸린 조(바이든 대통령)를 믿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정은을 잘 안다. 북한 측에서 저와의 만남을 원해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회담이 이뤄졌다”며 “그는 약함이 아니라 강함에 반응한다. 저는 (재임 당시)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커다란 위협은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핵 온난화’”라며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한 가지는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나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이야기하지만 핵 온난화 이야기는 안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핵을 가진 5개 나라가 있기 때문에 바이든과 같은 바보들에게 어떤 일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후보 교체는 쿠데타” 격앙
이날 대담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으로 바뀌는 과정을 두고는 “이건 쿠데타였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였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그(바이든)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국경ㆍ이민 정책을 두고는 “해리스와 바이든이 3년 반 동안 펴 온 느슨한 이민정책으로 불법 이민자들이 미 국경을 넘어올 수 있었다”며 “그들은 결함이 있고 정부를 운영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국경이 안전하지 않으면 국가가 아니다”며 맞장구쳤다.
또한 트럼프는 “오직 강하고 똑똑한 대통령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며 “저라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멈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발생한 피격 사건을 언급하면서는 “내가 살짝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당신과 이야기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사건 이후) 신을 더 믿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다시 한번 버틀러 유세에 참석하겠다고도 했다.
2017년 2월 3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AP=연합뉴스
접속 장애로 41분 지연…“디도스 공격”
트럼프와 머스크 대담은 이날 오후 최대 130만여 명이 접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둘의 대담은 당초 오후 8시부터 X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었지만 접속 장애가 이어지면서 예정 시간보다 41분 늦게 시작됐다. 머스크는 접속 장애에 대해 X 글을 통해 “오늘 최대 800만 명의 동시 접속 테스트를 했었다. X에 대규모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발생한 것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는 기술적 오작동이 트럼프를 침묵시키려는 사람들의 대규모 사이버 공격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해 5월 당시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X를 통한 라이브 인터뷰를 진행하려다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접속 장애가 20분 넘게 이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트럼프가 이날 사전 질문이나 주제 제한 없이 머스크와 장시간 벌인 대담은 해리스를 겨냥한 공세 성격이 짙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해리스는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 것을 할 만큼 똑똑하지 않다”고 비난했던 트럼프는 이날도 “해리스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대담을 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해리스ㆍ월즈 상승세 분명”.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10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서로 마주보고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해리스의 최근 상승세는 뚜렷하다.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 이후 최근 실시된 111개 전국 단위 여론조사 평균치에서 해리스 지지율은 47.6%로 트럼프(47.3%)를 0.3%포인트 앞섰다. 바이든이 후보직에서 물러난 지난달 21일만 해도 트럼프가 해리스를 2.3%포인트 차로 제쳤는데 해리스가 이를 뒤집은 것이다. 무소속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다자 대결 조사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격차가 3.7%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더힐은 “해리스와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상승세는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경합주에서 젊은층 중심의 해리스 중심 결집세도 감지된다. 민주당 슈퍼팩 ‘원트 팩 나우’가 지난 2~5일 소셜스피어에 의뢰해 펜실베이니아 등 7개 경합주의 18~29세 유권자 13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자 대결 시 해리스 지지율은 51%로 트럼프(42%)를 9%포인트 앞섰다. 7월 초 같은 조사에서는 바이든과 트럼프 양자 대결 시 각각 44%, 48%였다. 소셜스피어는 “13%포인트 정도의 청년층이 민주당으로 이동한 셈”이라고 짚었다.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다자 대결에서도 해리스는 42%의 지지율로 트럼프(33%)를 9%포인트 차로 제쳤다. 폴리티코는 “해리스로 민주당 후보가 교체된 뒤 청년층 사이에서 확실하게 민주당 지지세가 살아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