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햄버거 체인 '인앤아웃'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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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에서 인기 있는 햄버거 가게인 '인앤아웃'(In-N-Out)이 지난 6월 중순 주요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이 가게의 대표 메뉴인 '더블더블' 버거 1개에 감자튀김, 탄산음료가 포함된 콤보(세트) 가격은 종전 10.45달러에서 11.44달러로 9.5%가량 올랐다.
여기에 세금 9.5%가 추가되면 1인 세트에 12.53달러를 내야 한다.
16일(현지시간) 고시 환율인 1달러당 환율 1천356.5원을 기준으로 한화 1만7천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겁나는 외식 물가를 체감한 이후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 필자의 가족은 인앤아웃의 가격 인상 이후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이 가게를 방문했다가 3인 가족의 햄버거 한 끼로 5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해야 했다.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싶었는데, 가격 인상의 여파로 더 불어난 금액을 보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4월 새로 발효된 주(州) 법에 따라 패스트푸드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거의 모든 햄버거 체인의 가격이 올랐다.
다른 외식 메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햄버거 가격이 이 정도이니 다른 외식 메뉴는 말할 것도 없이 비싸다.
달러당 1천400원대까지 고공 행진한 환율로 인해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의 삶이 더 고달프긴 하지만, 현지 미국인들도 외식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고 푸념한다.
미 전역의 서비스 인건비 상승 기류를 타고 추가로 내야 하는 '팁'까지 오르면서 볼멘소리하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
필자가 미국에 처음 온 작년 초만 해도 계산서상에 기재된 팁 비율 선택지가 10%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15%나 18%, 심지어 20%에서 시작하는 식당이 적지 않다.
메뉴판에 15달러로 쓰여 있는 메뉴를 시켜 먹어도 세금과 팁을 더하면 20달러가 훌쩍 넘곤 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존재하고, 정부의 경제 정책 탓만으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정부와 민주당이 고물가를 만든 주범이라고 맹공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명목상의 물가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매우 높다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물가가 특히 높기로 악명이 높은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의 경우에는 '반(反)트럼프' 성향이 워낙 강해 인플레이션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경합주로 꼽히는 7개 주에서는 고물가에 대한 공화당의 공격이 적지 않은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당의 적극적인 지지자들이야 이념적인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지만, 부동층의 경우에는 경제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이달 8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경합주 7개 주 유권자(표본 2천45명)들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은 문제는 바로 인플레이션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