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 부부와 팀 월즈 부통령 후보 부부가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공항에 도착한 후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집결한 민주당원들과 대의원들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거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령 논란 등으로 침체됐던 바이든 대통령의 유세장과는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시카고엔 1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전당대회 기간 대의원 5000여 명, 자원봉사자 1만2000명 등 5만여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유나이티드센터 앞에서 만난 민주당원이자 자원봉사자 신시아 워커는 “해리스가 나선 뒤 가장 달라진 변화는 침체돼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활력을 되찾고 승리에 대한 가능성에 흥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미드웨이 공항에서 대의원들을 안내하던 수전 루이스는 ‘공화당 전당대회에도 가봤다’는 기자의 말에 “트럼프의 자기 자랑과 그들끼리의 가짜 신(fake god) 만들기를 했던 공화당 전당대회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민주당이 추구하는 다양성과 포용, 통합의 메시지를 공화당과 잘 비교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저지를 대표하는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계 장성관(34)씨는 “이번 전당대회는 진정한 통합을 과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며 “바이든의 사퇴를 종용했던 사람과 바이든 편에 섰던 사람, 민주당에 실망해 떠난 사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장인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내부 모습. 강태화 특파원
민주당 지지자들의 자신감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입소스와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가 49%의 지지율로 45%에 그친 트럼프를 앞섰다고 밝혔다. 이날 낮 12시(현지시간) 기준 미국 선거분석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베팅업체 7곳은 해리스 부통령의 평균 승리 확률이 51.3%로, 트럼프 전 대통령(47.3%)보다 높다고 봤다.
해리스는 이날 부통령 후보 지명자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버스로 돌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해리스는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로체스터 연설에선 불법 이민자 추방과 ‘공무원 물갈이’를 예고한 트럼프를 겨냥해 “남을 때려부수는 데 관심이 있는 겁쟁이”라며 “리더의 진정한 힘은 누군가를 때려눕히는 게 아니라 들어올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당대회 첫날인 19일 해리스 부통령 대권 가도의 문을 열어주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20일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21일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월즈 지명자에 이어 22일 해리스 후보의 수락 연설로 전당대회는 대미를 장식한다.
전당대회 기간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을 규탄하는 수만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행사장 주변에 예고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베트남 반전 시위가 한창이던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시카고에선 반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유혈 사태로 번진 적이 있다. 이날 현지 경찰은 전당대회장 곳곳을 통제하고 있었다. 유나이티드센터에 입장하기 위해선 3종류의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엄격한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