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 낮출 것이라 공언
전문가들 "벗어나기 어려운 파멸 고리 가져올 것"
[요크=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를 낮출 것이라고 공언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대규모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 주 요크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2024.8.20.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를 낮출 것이라고 공언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대규모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20일(현지시각) 미국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 복귀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는 연설에서 유권자들에게 "보험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휘발유, 냉방비, 전기료를 낮출 것이라고 약속했고 이 같은 조치가 경제 전반에 걸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벗어나기 어려운 파멸의 고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단순한 물가 안정화가 아닌 '대규모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가져오는 방법은 대규모 경기 침체를 만드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건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울퍼스 교수는 1990년대 발생한 일본 장기 불황을 거론하며 "일본처럼 물가 하락과 동시에 성장이 거의 없는 수십 년간의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경제학자 마크 잔디도 광범위한 물가 하락은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제로 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다면 기업들도 임금을 삭감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정책이 오히려 물가를 인상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모든 미국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중국 상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은 일반적인 중산층 가구에 연간 최소 1700달러(약 226만원)의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추방하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은 노동자 공급에 타격을 줘 임금과 가격이 오를 위험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TD증권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공약이 실현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0.6~0.9%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 강경 이민 정책과 결합하면 성장률이 1~2% 하락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치열한 정책 대결을 펼치고 있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그의 경제 정책이 국가 부채를 증폭시킬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중산층 감세 방안 등을 골자로 한 '미국인 가계 비용 절감을 위한 경제정책 지지'(기회 경제·opportunity economy)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인 수백만명의 의료 채무를 청산하고, 식료품 가격 폭리에 대한 금지하며 처방약 가격에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또 주택 구매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및 자녀세액공제 등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초당파적 비영리 기관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지난 18일 "해리스가 제시한 계획에 담긴 정책을 모두 합치면 2026년부터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연방예산) 적자가 1조7000억달러(처방약 가격 하락에 따른 절감분 2500만 달러 제외)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