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에서도 지지율 하락한 트럼프
무소속 케네디에 행정부 직위 약속
해리스, 트럼프 표 흡수하는 케네디
‘사퇴 후 트럼프 지지’ 새 변수 주목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가 미시간주 하웰의 리빙스턴 카운티 보안관실에서 범죄와 안전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밀리고 있는 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제3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에게 후보 사퇴와 지지 선언을 대가로 장관 등 높은 자리를 줄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케네디 주니어 쪽도 비슷한 언급을 하고 있어,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 주 유세 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케네디)가 사퇴를 고려하는 지 모르지만 만약 고려한다면 난 그 문제에 열려있다”며 “아마도 자리를 주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난 그(케네디)를 매우 좋아한다. 정말 존경한다”며 “그는 매우 영리하다. 나를 지지한다면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케네디 후보를 맹비난했다. 그는 과거 케네디 후보에 대해 “급진 좌파”라고 주장한 바 있으며, 트럼프 캠프는 케네디 후보에 대해 잠재적 민주당원이라고 공격했다고 NYT는 전했다.
달라진 트럼프의 발언은 최근 대선 경합주에서도 떨어진 지지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대선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경합주 7곳 중 5곳에서 해리스 지지율은 트럼프를 2~3%포인트로 앞섰다.
민주당을 탈당해 독자 후보 출마를 선언한 케네디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외되는 등 존재감이 줄어든 상황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를 사퇴하기 전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대결 구도로 대선이 전개됐을 때 10% 넘는 지지율을 보였으나 바이든 사퇴 후 지지율이 떨어졌다.
앞서 케네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인 니콜 섀너핸은 트럼프 진영에 가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개된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향후 진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며 “한 선택지는 선거운동을 계속하고, 새로운 제3당을 창당하는 것인데, (그 경우) 우리는 트럼프의 표를 더 끌어갈 것이기에 (민주당 정·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부통령)와 팀 월즈(미네소타 주지사)의 당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섀너핸은 이어 “대선 출마를 접고 트럼프에 가세하는 것”이 또 따른 선택지라고 전했다.
NYT는 “섀너헨은 자신들의 노력이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한 듯 보인다”며 “(케네디는) 여론조사에서도 뒤처지고 있고, 선거운동 자금은 바닥났다”고 지적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있는 사법센터를 나서고 있다. [AP]
하지만 케네디 합류 과정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은 “케네디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대가로 트럼프 2.0행정부에 자리를 주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부정적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밴스 의원은 “그가 사퇴하고 트럼프를 지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기에 여론조사에서는 케네디 후보를 포함할 경우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비슷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공영 매체 NPR과 PBS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에 의뢰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51%의 지지율로 48% 지지율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반면 케네디 후보까지 포함한 다자 대결에는 해리스는 48%의 지지율을 얻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5%였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한 자릿수 지지율인 5%에 그쳤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