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자유! 움직일 수 없어. 자유, 날 편안하게 해줘! (Freedom! Freedom! I can’t move. Freedom, cut me loose!)”
22일(현지시간) 카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위해 무대에 등장하자 미국 팝스타 비욘세의 노래 ‘프리덤(자유·Freedom)’이 흘러나왔다.
카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
웅장한 노래에 맞춰 해리스 부통령이 등장하자 대회장을 메운 2만명 이상의 당원들을 큰 환호성을 질렀다.
후보자가 무대에 오를 때 나오는 등장곡은 후보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반영한다. 10초 내외로 짧은 시간이지만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인 만큼 간결한 캠페인 메시지를 전달할 좋은 기회다.
해리스 부통령은 등장곡으로 ‘자유’가 반복해 등장하는 비욘세의 프리덤을 선택했다. 프리덤은 비욘세가 2016년 발표한 앨범 ‘레모네이드’에 수록된 곡이다. “나는 나 혼자서 사슬을 끊는다”, “내 자유가 지옥에서 썩게 두지 않을 것이다”, “승자는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니까” 등의 가사를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리덤의 원작과 영상, 비욘세가 라이브로 선보인 공연은 최초의 흑인 및 아시아계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만들고자 하는 해리스에게 깊은 의미를 제공한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임스 브라운의 ‘그것은 남자의 세상(It’s A Man’s Man’s World)’을 지난달 19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입장곡으로 골랐다. 전당대회 직전에 총격을 당해 귀에 상처를 입은 그는 입장곡에 맞춰 주먹을 불끈 들어 올리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성차별적이라고 생각하는 곡에 맞춰 걸어 나왔다”며 “공격적인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집회에선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을 사용해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20년 9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대선 첫 TV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과거에는 어떤 노래가 사용됐나
2020년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 등장곡도 후보 간 극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리 그린우드의 ‘미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God Bless the U.S.A.)’을 선택했다. 그린우드는 최근 NY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인이자 애국자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입장곡 없이 등장했다. 전당대회가 열렸을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전당대회 역시 팬데믹으로 인해 다소 침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음악, 폭죽 등이 없이 등장한 바이든 대통령은 무대에 올라 곧바로 연설을 시작했다.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입장곡으로 퀸의 ‘우리가 챔피언이다(We Are the Champions)’를 골랐다. 하지만 전당대회 이후 퀸은 곧바로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의 동의 없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노래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항의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레이첼 플래튼의 ‘파이트 송(Fight Song)’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음악 산업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투쟁에 대한 파이트송은 이날 이후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정치적 패배를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