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방서 베트남 여성 나체 사진 및 신상 유포…피해 베트남 여성들 "사진 내려달라" 호소하지만
28일 베트남 여성 신상과 사진 등을 공유하는 이른바 '베트남 박제방'이 운영되는 모습. 참여자는 이날 기준 1750여명, 공유된 사진 및 영상 수는 3230여개에 달했다. /사진=텔레그램 갈무리
"이X 아는 형들 있나. 고향은 속짱이고 호찌민에서 한국 남성 타깃으로 움직인다."
28일 텔레그램의 한 비공개 채널에 들어가니 바닷가 배경의 긴 머리 여성 사진이 올라왔다. 참가자는 사진 아래 "업소녀는 아닌 것 같은데 남자친구 없다고 거짓말하다가 걸렸다"며 "아는 형 있으면 정보를 공유해달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러자 5분 만에 참여자들이 모여들어 답장을 시작했다. 주로 여성의 생김새를 두고 조롱하거나 신체 부위를 두고 성희롱했다. 베트남 여성 신상과 사진 등을 공유하는 이른바 '베트남 박제방'이다.
28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 여성의 신상 정보와 벗은 몸, 얼굴 사진 및 영상을 공개하는 '베트남 박제방'이 텔레그램에 활성화돼 있다. 신상정보는 이름과 나이, 집 주소, SNS 프로필 등이 포함됐다. 참여자는 이날 기준 1750여명, 공유된 사진 및 영상 수는 3230여개에 달했다.
28일 베트남 여성 신상과 사진 등을 공유하는 이른바 '베트남 박제방'이 운영되는 모습. 참여자는 이날 기준 1750여명, 공유된 사진 및 영상 수는 3230여개에 달했다. /사진=텔레그램 갈무리
베트남 여성 박제…5년간 운영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방 관리자는 "우리 그룹은 처음부터 '한국인을 상대로 사기 치는 빌어먹을 베트남 여자'를 박제시키는 데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며 "일반인 베트남 여자를 성매매 여성 취급한 적 없고 돈을 목적으로 한국 남자에게 접근한 여자들만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데이트앱(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현지에서 만난 여성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참여자는 서로 다른 여성 사진 8장을 공유하면서 "아는 애들 있으십니까. 옛날에 다 만났다"라며 "2~3명은 워킹(해당 방에서 성매매 종사자를 부르는 은어) 애들인데 진짜 착했다"고 했다.
해당 방은 약 5년간 운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자는 "챗GPT가 있다면 베트남 박제GPT도 있다"며 "우리 방에는 축적된 데이터가 상당하다. 벌써 5년이 다 돼간다"고 했다.
베트남인 피해자 "사진 내려달라" 호소
'박제방' 유입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내 링크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참여자는 방에 입성한 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보고 온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채팅방에는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한 여성은 영어로 올린 글에서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노래방에서 일하지도 않는다"며 "사진을 내리고 이 방에 참여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관리자는 "사기 친 베트남 여성 박제 목적 방"이라며 응수했다. 개인 대화방에서 피해자와 나눈 대화를 갈무리해 올리면서 "꺼지라고 했다. 박제 당해야 정신 차리는 거냐"고 인신공격하는 참여자도 있었다.
방에 게시된 나체 사진과 영상을 주기적으로 삭제하며 방을 옮긴다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한 참여자는 "이제 그만 즐기자. 욕먹은 애들이나 '겜짜'(검사를 뜻하는 베트남어)가 필요한 애들만 공유해라"라며 "삭제하겠다. 난잡한 것 같으면서도 나름 규칙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성의 신체 일부를 만지며 노출시킨 사진과 영상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한 참여자가 "누드 사진은 금지냐? 올려도 되냐?"고 하자 관리자는 "박제녀 관련은 괜찮다"라고 했다.
경찰은 고소가 없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 여성 신고가 없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가 특정된다면 베트남 현지에 있다고 하더라도 현지 경찰에 공조 수사를 요청해 한국으로 추방을 받기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체 대화방 운영자나 참여자 신원을 특정하기가 어려워 실제 처벌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특히 텔레그램 게시글은 경찰이 신고받아 수사에 돌입해도 관리자가 채널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을 손쉽게 삭제할 수 있고 기존 방을 없앤 뒤 다른 방으로 옮길 수 있어 수사 난도가 높다.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를 특정하지 않는 이상 가해자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