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투자받았던 대형 클린테크 줄줄이 파산신청
바이든 정부 선전했던 클린테크 기업도 구조 조정
"투자규모 크고 수익 전환 멀어 투자 매력도 ↓"
AI, 방위기술 등 새로운 유망 분야 부상도 영향
애리조나주 쿨리지의 한 시설에 태양광 패널이 줄지어 있다. AP연합뉴스
미래 기술로 주목받으며 한때 빅테크 및 대형 사모펀드의 투자 일 순위로 꼽혔던 클린테크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파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FT는 블룸버그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까지 파산 신청을 한 부채 5000만 달러 이상의 대형 재생에너지 기업은 2014년 이후 가장 많았으며 상당한 투자를 받은 대형 에너지 기업도 많았다고 보도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모바일 에너지저장장치(ESS) 스타트업 목시온(Moxion) 파워와 프랑스 석유메이저 토탈이 소유한 태양광 모듈업체 선파워가 7월 폐업과 영업 중단을 각각 발표했다. 빌게이츠벤처펀드에 투자받았던 액체금속 배터리 기업 앰브리(Ambri)도 5월 파산 신청을 했고 목재 펠릿 공급업체인 엔비바(Enviva)도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와 아레스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2022년 1억 20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배터리 가상발전소 기업인 스웰에너지가 8월 현재 형태의 운영은 종료한다고 밝혔다. 술레만 칸 스웰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태양광 및 배터리 시스템을 계속 가동될 것이며, 발전소 운영을 계속하기 위해 유틸리티 및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산이나 영업 종료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운영 자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전기차 충전소 제조기업인 프리와이어테크놀로지는 올 여름 초 파산 절차의 대안으로 종종 사용되는 법적 조치인 채권자 협정에 들어가며 일자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프리와이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전기차 충전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던 기업이다.
클린테크 기업들의 위기는 고금리 상황에서 투자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데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독립투자은행인 모엘리스(Moelis)의 투자 책임자인 아라시 나자드는 “클린테크 기업은 창업 단계에서 상업성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면서도 기후기술과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영향력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본집약적인 성격을 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위험에 처해 있으며, 특히 현금 흐름이 흑자가 될 수 있는 명확한 경로 없이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클린테크 기업이 직면한 위기 중 하나는 자금 조달을 위해 경쟁하는 신흥 분야가 많아졌다는 점이라고도 분석했다. 럭스캐피털의 파트너인 빌랄 주베리는 “요즘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은 현금 보유액의 예상보다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AI)과 생명과학, 방위 기술과 같은 다른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다만 일부 클린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유망하며 자금을 계속 조달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리콘 기반 배터리 개발업체인 실라(Sila)나노테크놀로지는 6월 3억 7500만 달러를 모금했고, 탄소배출을 제거하는 필터와 탄소포집 기계를 제조하는 스반테(Svante)도 독립펀드인 캐나다그로스(Canada Growth)로부터 8월 1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