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
라켓·신발 등 자유롭게 사용 권고
임원진 횡령·배임 가능성도 제기
선수촌 내 빨래·청소 등 답변 유보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사진)의 외침에 정부가 응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배드민턴 비(非)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규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라켓, 신발 등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용품은 후원사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 등 임원진에 대해선 횡령·배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체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안세영이 금메달 획득 후 협회와 대표팀 운영 전반에 대해 폭로한 것을 계기로 착수했다. 안세영을 포함한 국가대표 48명 중 22명에 대한 의견 청취가 이뤄졌고 나머지 조사를 진행한 뒤 이달 말 최종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문체부는 비국가대표의 국제대회 출전 길을 터주기로 했다. 현재는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는 최소 5년 이상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남자는 만 28세, 여자는 27세 이상인 경우에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승인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이정우 체육국장은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배드민턴처럼 비국가대표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며 “선수의 직업 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만큼 폐지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이 조항이 폐지되면 2017년 국가대표가 된 안세영은 자유롭게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BWF가 세계 15위 이내 출전을 의무화한 12개 대회는 나가야 하고 나머지는 골라 출전할 수 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 출전하길 원할 땐 국가대표 선발전에 임하면 된다. 문체부는 선수가 용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협회는 유니폼뿐 아니라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 용품만 일괄 사용토록 강제하고 있다. 이 역시 국내 44개 종목 가운데 글러브와 운동화를 신게 하는 복싱 외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가 면담한 대부분의 선수도 자유로운 용품 사용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는 김 회장을 비롯한 협회 임원의 비위 정황도 포착했다. 문체부는 김 회장과 협회 공모사업추진위원장 등이 각종 대회를 여는 과정에서 후원사로부터 추가 물품을 받아 자신들과 관계있는 지역에 임의로 상당수 물품을 배분한 것을 밝혀냈다. 지난 3년간 수의계약으로 26억원 상당의 용품을 구매한 것과 협회 감사가 대표로 재직 중인 회계법인에 세무 조정 등 명목으로 1600만원을 지급한 것은 ‘보조금법 위반’으로 봤다. 문체부는 김 회장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 참고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안세영이 지적한 부상 선수 관리는 추가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발표를 유보했다. 선수촌 내에서 빨래, 청소 등 부조리한 조직 생활과 관련해 이 국장은 “일부 고참 선수에 의해 일시적으로 잠깐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