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TV토론회
해리스 트럼프 공격하는 표현 잇따라 꺼내면서 ‘도발’
10일 저녁 미국 대선 첫 TV 토론을 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해리스가 도발하고 트럼프가 반응했다. 여유로운 쪽은 해리스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첫 TV 토론회가 10일 시작됐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토론 초반에만 해도 침착한 표정이었지만 중반에 들어서면서 트럼프가 여러 번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는 해리스가 토론 내내 다양한 표정을 활용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발언에 ‘믿을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트럼프 발언의 ‘극단성’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토론은 자신의 발언 순서가 아니면 마이크가 꺼지는 구조다. 상대의 발언 도중 끼어들 수 없고, 토론 중간 휴식 시간에도 서로 말을 섞을 수 없다.
이에 해리스는 트럼프의 발언에 수차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썹을 치켜올리고 턱을 숙이면서 그를 응시하는 방법으로 트럼프의 발언이 ‘사실과 멀다’는 느낌을 줬다. 트럼프의 발언 중간 중간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자신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하자 눈썹을 올리며 고개를 뒤로 젖히기도 했다.
또 해리스는 이날 “지난 대선에서 8100만명으로부터 해고당했다” “전세계가 트럼프가 대선 후보라는 걸 비웃는다”며 트럼프를 화나게 하기 위한 대사를 잇따라 꺼냈다. 이후 트럼프는 흥분해 잇따라 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침착성을 잃게 하기 위한 전략에 트럼프가 여러 번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BC 방송 진행자들의 ‘팩트 체크’에도 화난 모습을 보였다. ABC방송은 이번에 실시간 팩트체킹을 시도했다. 트럼프가 이날 낙태권에 대해 발언하던 도중 “해리스는 출생 후 사형 집행(낙태)”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에 사회자 중 한 명인 ABC방송 앵커 린지 데이비스가 “미국에는 출생 후 아기를 죽이는 것을 합법화하는 주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가 조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 범죄율이 급증했다고 말하자 또 다른 사회자 데이비드 뮤어는 “아시다시피 연방수사국(FBI)은 미국에서 전반적인 폭력 범죄가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후 트럼프가 언성을 수차례 높였다.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 내내 평정심을 유지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 부분을 두고는 추후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방송사의 편향성’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
아직 토론의 승패는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해리스는 트럼프를 괴롭힐만한 문제를 차분하게 나열했고 트럼프는 (해리스 공격에)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CNN은 “해리스의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다”며 “해리스 참모들은 계획대로 트럼프가 흥분하며 발언을 이어가자 고무된 분위기”라고 했다. 해리스 캠프 한 관계자는 CNN에 “마치 그녀가 버튼을 부르면 계획대로 풀리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발언은 트럼프가 훨씬 많이 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28분간 발언했고, 해리스 발언은 약 21분이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