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오버 투어리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시위대가 관광객을 향해 물총을 쏘고 있다. 24.07.06 ⓒ 로이터=뉴스1
올해 추석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세계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 관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유명 관광지를 둔 국가들은 앞다퉈 '관광세'를 부과하는 등 특단의 조처를 내렸다.
10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최근 발리 지방 정부는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에 향후 2년간 창구·스미냑 등 번화가 일대에 신규 호텔·리조트·나이트클럽·비치 클럽 건설 허가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지 해양투자조정부가 이에 동의했고 시행 시작 시기 등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발리는 이미 부과 중인 관광세를 5배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달 발리 지역 인민 입법위원회(DPRD)는 본회의를 통해 관광세를 15만루피아(약 1만3000원)에서 75만루피아(약 6만5000원)로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게데 코망 크레스나 부디 주의원은 "최근 몇 달 동안 현지 규범을 지키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관광세를 인상하면 무질서한 관광객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크루즈 승객에 관광세를 매기기로 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7일 테살로니키 국제 박람회 연례 연설에서 "크루즈 승객의 과도한 유입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산토리니와 미코노스섬에 방문객에는 추가 세금을 부과한다.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의 한 편의점 앞에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2024.04.28/ ⓒ 로이터=뉴스1
전 세계는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환경오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에 고통받고 있다. 특히 벌써 올해 7월까지 5000만명 이상 관광객이 몰린 스페인에서는 '오버투어리즘'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꼽힌다.
지난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에서는 3000여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일부 시위대는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며 "관광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Tourists go home)"고 외치는 등 외국 관광객을 혐오하는 '안티 투어리즘(anti tourism)'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비슷한 맥락에서 관광객 유입을 줄이려다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진 경우도 있다. 일본 후지산이 위치한 후지카와구치코마치 당국은 지난 5월 앞 후지산 인근 인기 사진 명소에 관광객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했다 3개월만인 지난 달 철거했다.
일본 당국은 태풍으로 인한 파손 우려를 이유로 들었으나 관광 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일부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가림막 설치가 오버투어리즘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관광 지향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관광객 유입 방지에 대해 엇갈린 반응에 당국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후지카와구치코마치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가림막을 모처럼 철거한 지금 상태 그대로의 동향을 주시하고 싶다"며 "관광객 질서가 잘 유지되면 재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 곳곳의 잡음에도 해외여행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올해 해외 관광객은 15억명에 육박해 지난해 약 12억8600만명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 비해 2% 늘어난 규모다.
한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11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특별 교통 대책 기간(13~18일)에 120만4000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 평균 20만1000명에 해당하는 수치로, 역대 추석 연휴 최다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17년 추석 연휴에 기록한 18만7623명이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