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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바논 대공습
가자전쟁 이후 최대 공격에
중동 하늘길도 줄줄이 막혀
레바논 시민들 '삐삐 공포'
美 "바이든 임기내 휴전 못해"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남부지역 거점에 50차례가 넘는 공습을 가한 가운데 이스라엘 전투기가 관련 작전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남부지역 거점에 50차례가 넘는 공습을 가한 가운데 이스라엘 전투기가 관련 작전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이력으로 '외교통'으로 불리던 그는 중동 내 최대 동맹인 이스라엘에 발목을 잡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최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가자지구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전면전에 나서면 가자지구 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사라진다. 한 아랍 국가 당국자는 WSJ에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사고 이후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며 "현재 모든 협상 당사자가 (미국) 대선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확전을 막기 위한 미국의 외교 노력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내각은 도박에 가까운 작전을 감행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리는 WSJ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갈등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전면전 징후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 중부사령부의 관할 구역에서 어떠한 군사 태세 변화도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공습한 지역이 주요 인구 밀집 지역과 레바논 중심부를 모두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확전에는 미치지 못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삐삐와 무전기가 순식간에 폭발물로 바뀌는 것을 지켜본 레바논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자기기가 언제든지 자신의 목숨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레바논의 한 시민은 BBC에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곁에 둬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BC는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거리에서 자사 특파원들이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사용하지 말라는 요구를 여러 번 받았다고 전했다. NYT는 "일상적인 기기가 엄청난 규모의 소형 수류탄으로 바뀌었다"면서 "파괴 공작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분석했다. 레바논의 한 안과 의사는 BBC에 "의사로 일하면서 이렇게 많은 눈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본 적이 없다"며 "이 경험은 '악몽'"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지만, 레바논에 대한 장기 전략이 없는 이스라엘 국가 운영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고 NYT가 전했다. 삐삐 폭탄 작전과 관련해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NYT에 "이스라엘의 기술 수준은 정교해졌지만, 동시에 정치적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은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첩보 및 군사 능력에 비해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한 점을 꼬집은 셈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수많은 지도자들을 암살하는 데 성공했지만, 가자지구 운영에 대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삐삐 폭발 제조 책임자를 찾기 위해 각국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20일 중국시보와 연합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북부 타이베이 스린 지방검찰은 전날 법무부 산하 조사국과 함께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 헝가리 'BAC 컨설팅 KFT'의 대만사무소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불가리아에서도 내무부와 보안당국이 자국 내 모 업체의 '삐삐 폭탄' 유통 개입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이 지역 항공편이 중단됐다. 알제리항공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레바논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KLM은 다음달 26일까지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항공편을 취소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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