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하루 사망자 550여명…사실상 전면전 치닫는 중동

by 민들레 posted Sep 25, 202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스라엘군 “24시간 동안 약 650회 공습, 헤즈볼라 타격”
일주일간 사상자 5000여명 넘어…레바논 최악 인명피해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유엔서 “중동 확전 덫 놔” 비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지난 7월 대선 승리 후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지난 7월 대선 승리 후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격퇴한다는 목표로 레바논에 융단폭격을 퍼부으며, 최소 558명이 숨지는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위험한 도박’으로 국면은 사실상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습으로 최소 558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아동은 50명, 여성은 94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1835명에 달한다.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공격을 받은 남부 지역에서는 수천명이 피란길에 올랐으며, 병원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 “지난 24시간 동안 약 650차례 공습해 헤즈볼라 시설 1100곳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로켓과 정밀 무기 수만대를 파괴했다. 헤즈볼라가 지난 20년 동안 구축한 것이 파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레바논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이 벌어졌던 2006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2006년 7월12일부터 약 한 달간 이어진 전쟁에서 레바논 측 민간인이 1200명 가까이 숨지고 4400명 이상이 다쳤다. 한 레바논 관계자는 “1975~1990년 내전 이후 분쟁으로 인한 하루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날”이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무전기 폭발로 인한 사상자 수까지 합치면 지난 일주일 동안 인명피해는 5000여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격 수위를 급격히 높인 이유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호출기와 무전기를 폭발시키고, 헤즈볼라 핵심 지휘관을 제거하고, 일부 민간인 희생을 유도함으로써 헤즈볼라를 겁주고 이스라엘·레바논 접경 지역에서 철수시킨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더 거세진 공습은 이스라엘이 국경을 넘어오는 헤즈볼라의 공격을 막기 위해 (대응 수위를 높이기로) 굳게 결심했다는 점을 반영한다”며 “그러나 실제 벌어진 상황은 이스라엘이 그 목표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양측이 전면전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CNN도 “이는 매우 위험하고 결함이 많은 전략이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외교적 해결책을 목표로 한다’고 미국을 속이려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휴전에 합의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으며 대이스라엘 공격을 확대했다. 헤즈볼라는 24일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약 70발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갈릴리, 나사렛을 포함한 이스라엘 본토 깊숙한 지역까지 공습경보가 울렸으며 북부 일부 지역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NYT는 헤즈볼라를 압박할 수단이 고갈될 경우 이스라엘로선 지상전이란 선택지를 택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레바논 남부로 진입한다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이어 레바논까지 3개의 전선을 마주해야 한다. 다만 현재로선 이스라엘이 굳이 지상전을 벌이지 않고도 헤즈볼라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헤즈볼라는 호출기·무전기 폭발로 큰 피해를 보았으며 통신체계도 일부 무너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취약성이 노출됐으며 이스라엘에 쏘는 로켓도 대부분 요격당하고 있다. 현 상황이 선전포고만 하지 않았을 뿐 전면전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미국 정부는 긴장을 완화하고 공격·반격의 악순환을 끊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긴장이 고조됨으로써 상황이 완화된 시기가 있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중동 확전을 노리고 있다”며 이란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덫을 놓았다”고 비난했다. 지난 7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유엔 총회 참석을 통해 세계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이 중동에서 전쟁과 무력 충돌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