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정형돈이 전성기 시절 활동을 중단한 이유를 밝혔다.
26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마지막 고객님으로는 수제자 정형돈과 절친 개그맨 박성광이 방문했다.
이날 17세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정형돈은 "삶이 재미가 없어요"라는 뜻밖의 고민을 토로 하며, "바람 불면 떠밀려 가는 돛단배 같다"며 삶에 대한 회의감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정형돈은 연예인으로서 겪은 황당하고 위험한 사건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후드티를 입고 길을 가고 있는데 약속 시간이 늦어서 뛰어갔다. 근데 누가 '정형돈이다!'하고는 후드티를 뒤에서 잡아당겨서 남포동 거리에서 그대로 뒤로 쿵 넘어진 적이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딸이 돌도 안 됐을 때 안고 지인의 결혼식에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어머, 형돈 씨 아이냐'고 하면서 아이를 뺏어가서 안는 거다. 알고 보면 앞뒤로 그런 일들이 계속 쌓였던 거 같다"고 털어놔 충격을 자아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정형돈의) 원래 성격은 굉장히 밝고 명랑하고 사람 좋아하고 외향적인 사람"이라며 "대한민국에서 '무한도전'이라는 국민 프로그램을 하면서 너무 유명해지고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좋은 면도 있었겠지만 그에 따른 어려움이 왜 없었겠냐"며 안타까워했다.
어느덧 약 20년째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는 정형돈은 '무한도전'으로 전성기를 달렸지만, 결국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른 자책도 컸던 그는 "방송인으로서 황금기 때, 딱 한 번 온다는 전성기 때 고꾸라졌으니까. 한동안은 자책도 했다. '다른 분들은 다 잘 이겨내는데. 왜 나는 이렇게 나약하게 태어났을까' 생각했다. 저도 상담을 받으니까 '과연 불안은 있는가?'라는 생각에 빠져 있는 거다. 불안은 없는데 내가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어차피 눈에 안 보이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특히 쌍둥이 딸이 태어난 후 큰 책임감을 느낀 그는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한테 '좋은 건 다 해줄 거야'라고 하면서 그때부터 쭉 하루에 녹화를 두 개씩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해외에 갔다가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두 개씩 하고, 3개월 동안 녹화를 106개를 했다"라며 "3개월 동안 이틀 쉬어본 적은 있다. 아이들이 두 돌 안 됐을 때 제가 촬영 때문에 10일 만에 왔는데 아이들이 손잡고 뒷걸음치면서 도망갔던 기억이 난다. 서운할 겨를도 없었다. 혼자 그러다 2015년에 탈이 났다"라고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는 "형돈 씨 불안의 본질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다. 그중에서도 경제적인 책임감이 크지 않을까. 가족을 잘 먹여 살리고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아빠로서 뒷받침을 하고 잘 이끌어줘야 한다는 상징적 의미로서 경제적 부담감이지 돈의 액수 자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형돈 씨가 느끼는 불안감도 약해서가 아니라 책임감에서 온 거다. 책임을 완수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서부터 불안감이 온다.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는 삶이 나쁜 것은 아니다. 좀 더 안정되기 위해서는 대중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데 대중의 시선을 받거나 많은 곳에 가는 건 부담스럽다. 이런 딜레마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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