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NHK, 농림수산성 "기상 악화, 외국인 관광객" 탓
라보뱅크 연구원 "외국인 관광객 소비 상대적으로 작아"
수입산 쌀에 778% 관세 부과…"세계 시장과는 고립"
일본 유명 요리 초밥. [게티이미지]
일본이 올 여름 수십년만에 최악의 쌀 부족 사태를 맞은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미국 농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일본의 쌀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올 여름 일본의 쌀 재고량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NHK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쌀 재고량이 1년 전 보다 32% 감소하면서 도쿄 한 슈퍼마켓에선 1인 1포로 구매한도를 정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일본식 주먹밥. [NHK 갈무리]
NHK는 쌀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예상을 뛰어넘은 해외 관광객 증가를 첫 손에 꼽았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쌀이 주원료로 쓰이는 초밥 뿐 아니라 주먹밥, 덮밥까지 인기를 끌면서 쌀이 부족해졌다는 논리다. 여기에 쌀 주산지인 미야자키현에서 지난 8월 지진이 발생, 쌀 등 필수품에 대한 사재기 수요가 일어났다고 NHK는 짚었다.
실제 일본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방일 외국인은 1780만명으로 팬더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이러한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지난 7월 외국인 방문객은 330만명으로 사상 최고를 찍었다.
그러나 미국 CNBC는 기상 악화와 관광객 증가 외에도 일본의 강력한 쌀 수입 제한 정책에 주목했다.
일본 도쿄 긴자 거리에서 베트남 단체 관광객의 모습. [게티이미지]
24일(현지시간) CNBC는 라보뱅크의 오스카 티야크르 선임분석가의 분석을 인용, 일본 내 관광객에 의한 쌀 소비량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만 9000톤에서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5만 1000톤으로 2배 이상 늘었지만, 이는 연간 700만톤이 넘는 전체 수요에 견주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고 전했다.
티야크르 연구원은 쌀 농부는 늙어서 은퇴하는 반면 젊은 층에선 농업을 기피하는 등 공급 측면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식품정책연구소(IFPRI)의 조셉 글라우버 선임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쌀 수입 제한 정책을 공급 감소의 근본 요인으로 봤다.
글라우버 연구원은 "일본의 쌀 경제는 세계 시장으로부터 여전히 크게 고립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쌀 농가 보호를 위해 수입쌀에 778%의 관세를 부과한다. 연간 최소 68만2000t의 쌀을 수입하지만 대부분 가공되거나 사료 등에 쓰인다.
일본의 쌀 가격은 지난 8월에 60kg당 1만6133엔(약 14만9000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3%, 연초 대비 5% 상승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