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물 부엉이 '플라코' 부검 결과 쥐약 검출
여론 악화로 쥐약 대신 피임약 살포로 선회
도심에 들끓는 쥐떼 때문에 골치 아픈 뉴욕시 의회가 쥐약 대신 피임약을 살포해 개체 수 증가를 막는 시범 계획을 실시한다.
뉴욕 지하철 노숙자가 쓰던 담요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쥐떼들 [이미지 출처=틱톡]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뉴욕시 의회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시범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시는 앞으로 수개월 내에 '콘트라 페스트'라는 이름의 설치류 피임약을 도시 곳곳에 설치해 쥐들이 먹도록 할 계획이다.
뉴욕에서 쥐들은 개체 수가 많을뿐더러 덩치가 크고 공격적인 것으로도 악명 높다. 몸길이는 40~50㎝이며 무게는 500g~1㎏에 달한다. 번식 속도도 빨라 먹이만 있으면 3주 만에 새끼를 낳는다. 뉴욕시 인구는 약 83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쥐는 300만마리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뉴욕 지하철에 들끓는 쥐 떼 영상 [이미지출처=틱톡]
많은 뉴욕 시민들이 쥐를 기피 대상이자 '공공의 적' 1호로 꼽을 만큼 혐오한다.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쥐를 도시의 상징으로 여기는 등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뉴욕의 명물 수리부엉이 '플라코'의 사망 원인이 쥐약 섭취로 나타나면서 쥐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미국 뉴욕시의 모습[이미지출처=픽사베이]
플라코는 2023년 2월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빠져나온 뒤 1년 동안 자유로운 '뉴요커'로 살다가 지난 2월 웨스트 89번가의 한 건물에 부딪혀 숨졌다. 2010년 노스캐롤라이나 조류보호구역에서 태어난 플라코는 같은 해 연말 센트럴파크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우리에 갇혀 13년간 살았던 플라코의 삶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가 플라코의 우리 철망에 구멍을 뚫으면서 180도 바뀌었다.
뉴욕 시민들에게 사랑받았던 수리부엉이 '플라코' [이미지출처=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물원에서 탈출한 플라코는 뉴요커들과 언론의 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탈출 초기 동물원 관계자들은 플라코를 다시 잡으려고 시도했으나 여러 번 실패했고, 한편에서는 플라코를 잡지 말라는 청원 운동도 일어났다. 결국 동물원은 플라코 포획을 포기했고, 플라코는 이후 맨해튼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나 도시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건물, 특히 창문에 부딪히는 것은 플라코가 직면한 치명적인 위협 가운데 하나였으며 다른 위협 요소로는 쥐약을 먹은 쥐, 차량과의 충돌 등이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플라코의 부검 결과 쥐약을 먹은 사실이 밝혀져 이번 쥐 피임약 살포 계획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쥐 박멸'을 핵심 시정 과제로 정한 경찰 출신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해 연봉 15만5000달러(약 2억원)를 걸고 이른바 '쥐 황제(Rat Czar·랫 차르)'로 불리는 쥐 박멸 전담 고위 공무원직(설치류 감소국장)을 새로 만들어 공개 임용했다. 그 결과 900대1 경쟁률을 뚫고 뉴욕시 교육 공무원 출신 캐슬린 코라디(34)가 이 자리를 차지했다. '쥐 황제'의 자격은 대졸 학력에 문서작업 능력을 갖추고 해충·유해동물 박멸 분야 5년 이상 경력자다. 또 뉴욕시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우리의 주적에 맞서 싸울 킬러 본능, 과감한 액션과 맹렬함, 거친 행동의 아우라"라고 밝혀 이 자리가 여느 공무원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뉴욕시는 쓰레기 배출 시간을 오후 4시에서 8시로 늦추는 한편 쥐덫 설치, 쥐구멍에 일산화탄소 주입 등 쥐 떼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