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대책 마련 분주

日 활화산 111개… 전 세계의 10%
불의 고리 화산성 지진 활동 증가
사쿠라지마, ‘경계 3’ 입산 통제
이와테·아사마산 2단계로 상향

후지산 3세기간 분화 활동 없어
대폭발 땐 화산재 4.9억㎡ 발생
동일본대지진 재해폐기물의 10배
日정부 ‘광역강회예보’ 도입 추진

화산 연구, 지진보다 30년 늦어
지진예산 111억엔, 화산 30억엔
인력 태부족… 국민 인식도 낮아
8월26일 화산방재의 날 첫 지정


2014년 9월 27일 오전 11시 53분, 일본 나가노현, 기후현에 걸쳐 있는 온타케산이 폭발했다. 주변은 순식간에 화산재로 뒤덮였고 사망·실종자는 63명에 달했다. 일본은 온타케산 분화를 ‘전후 최악의 화산재해’로 기억하고 있다.
 

2004년 9월 일본 나가노현, 군마현 경계에 걸쳐 있는 아사마산이 화산재를 뿜어내며 분화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언제 분화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온타케산 폭발 이후 꼭 10년이 지난 현재 화산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일단 시작되면 대규모일 것이 자명하고,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가장 눈길이 쏠리는 건 역시 후지산이다. 인명·재산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에도 영향을 주어 분화 시 일본 전체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힘들다. 전 세계 활화산의 10% 정도 분포한 ‘화산대국’ 일본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막대한 위험성에도 지진에 비해 연구, 조사, 인력, 예산이 부족하고 주민들의 인식이 낮다는 현실이 도드라진다.

◆전 세계 활화산 10% ‘화산대국’

지난달 21일 일본 기상청은 이와테현 서북부 이와테산 화산활동이 활발해졌다며 분화 경계 레벨을 2(분화구 주변 규제)에서 더 높은 단계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테산은 2020년 4월 정상 부근에서 화산성 지진활동이 증가하는 게 확인됐다. 올해 2월부터는 산이 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 관측됐다. 이 산은 1686년, 1732년, 1919년 폭발한 적이 있다.

앞선 6월 기상청은 나가노현, 기후현에 걸쳐 있는 야케다케(燒岳)를 두고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화산성 지진활동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었다. 관련 지방자치단체들은 등산 자제를 촉구했다.
 

 

당장 분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일본에서 화산은 임박한 위험이다. 일본에는 111개의 활화산이 각지에 산재해 있다. 전 세계 활화산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 중에는 일본 정부가 분화 경계 레벨을 정해 산과 관련된 각종 활동을 제한하는 곳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화산섬인 가고시마현 사쿠라지마, 구치노에라부섬은 입산규제를 실시하는 레벨 3이 발령돼 있다. 사쿠라지마는 화산활동이 활발해져 2022년 7월 피난명령이 내려지는 레벨 5에 이르기도 했다. 나가노현, 군마현 경계에 있는 아사마산은 레벨 2다. 지난해 3월부터 화산성 지진활동이 심해져 분화구 주변 2㎞ 내 진입을 막고 있다.

닛케이는 “온타케산 정상 부근에는 (화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간판이 서 있고, 피난소도 설치되어 있다”며 “하지만 고온의 화쇄류(화산분출물과 가스의 혼합체가 빠르게 이동하는 것)와 유독 가스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는 데 만능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본 후지산. 연합뉴스

 

◆“후지산 대규모 분화 각오해야”

가장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건 역시 일본열도 최고봉 후지산(3776m)이다. 후지산은 분화에 의해 지형이 크게 바뀌어 온 활화산이다. 1707년 16일간 계속된 호에이 대분화가 마지막 폭발로 300년 이상 활동이 없는 상태다. 과거 5600년간 평균 30년에 1번 분화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긴 기간이다. “언제 분화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일본의 화산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후지산이다. 후지이 도시쓰구(藤井敏嗣) 후지산과학연구소 소장은 요미우리신문에 “3세기 동안 지하에 마그마가 쌓여 있을 가능성이 있어 다음 분화는 대규모가 될 것이라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지산 분화 시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지자체들은 2004년 제작한 해저드맵(지진, 화산, 태풍 등 각종 재해의 진로, 도달범위, 소요시간 등을 나타낸 지도)을 2021년 개정하며 피난대상 주민을 시즈오카, 야마니시, 가나가와 3현 11만6000명으로 늘렸다. 2004년 만들 때에 상정한 피난인구의 약 7배 규모다.

일본 정부는 후지산을 포함한 대규모 분화에 대비한 대책을 정비 중이다. 기상청은 이번달 후지산 분화 시 대량의 화산재가 수도권에까지 떨어질 것에 대비해 ‘광역강회(降灰)예보’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는 쌓이는 화산재 양을 ‘1㎜ 이상’, ‘0.1∼1㎜’, ‘0.1㎜ 미만’으로 구분하는데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30㎝ 이상’, ‘3㎝ 이상’, ‘미량 이상’으로 나눌 계획이다. 예상되는 재해의 규모를 훨씬 크게 본 것이다.

2020년 공개된 일본 정부 분석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후지산 분화 후 화산재가 약 3시간 뒤 수도권에 도달해 철도운행이 멈추고, 송전시설에 장애가 생겨 광범위한 지역에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통신이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약 2주간 화산재 낙하가 이어지면 가나가와현, 야마니시현에 30㎝ 이상, 도쿄 도심인 신주쿠구에 10㎝ 정도 쌓일 것으로 예상했다. 제거해야 하는 화산재 양은 4억9000만㎥로 추정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폐기물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요미우리는 “기상청은 내년 ‘화산재정보기획조정관’ 직위를 신설해 광역강회예보 도입을 위한 검토를 서두를 방침”이라며 “정부 내 전문가 회의에서도 (화산재 예보 관련) 논의가 진행돼 연내 가이드라인이 정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화산 관측·조사, 지진에 30년 늦어

지난 4월 1일 문부과학성에 일본 내 화산의 관측, 조사연구 등의 사령탑 역할을 할 ‘화산조사연구추진본부’가 설립됐다. 일본 언론은 이 소식을 전하며 “지구 활동에 의한 재해가 많은 일본에서 관측, 연구체제를 강화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진에 비해 늦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일본은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뒤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를 설치해 정부 내 지진 관련 활동을 일원적으로 관리해 왔다. 화산본부가 올해 설립된 것과 비교해 ‘화산 연구가 지진 연구보다 30년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력, 예산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22년 지진 관련 예산은 111억엔(약 1028억원)이지만 화산 관련 예산은 30억엔(277억원)에 불과했다. 아사히는 “과거 28년간의 예산을 합해도 화산 780억엔(7200억원)은 지진 4506억엔(4조1600억원)의 6분의 1 정도”라고 지적했다. 인력 상황을 보면 2022년 기준 일본 내 지진학자는 320명이고 화산학자는 185명이다. 활화산 감시 인력은 117명으로 활화산 111개를 제대로 관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화산의 위험성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인식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5월 기상청이 야케다케의 분화경계 레벨 상향 가능성을 발표하며 등산 자제를 촉구했을 때 한 등산 애플리케이션에는 야케다케 산행 관련 글이 적어도 300건 이상 올라왔다. 이 중에는 “경계 레벨이 올라가면 등정이 금지되기 때문에 그 전에 오르고 싶었다”는 글도 있었다. 2022년 시즈오카현 조사에서는 후지산 경계 구역 내 방재조직의 90% 이상이 분화를 가정한 방재훈련을 실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진에 비해 인력, 예산 등이 부족하고 위험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낮은 것은 다른 재해와 비교해 화산과 관련된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후지산 감시를 담당하는 한 지자체 공무원은 아사히에 “풍수해처럼 매년 발생하는 재해와 달리 화산 피해는 떠올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위기의식이 높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키야 나오야(關谷直也) 도쿄대종합방재정보연구센터 교수는 NHK방송에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이해하고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일부 개정한 ‘활동화산대책특별조치법’에 따라 활화산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이해를 확산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8월 26일을 ‘화산방재의 날’로 정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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