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측, 사전투표 등 90건 소송
대부분 대선승패 걸린 경합주 집중
해리스 법률팀, 바이든 때의 10배
11월 5일 미국 대선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측이 경합주를 중심으로 사전투표 진행, 유권자 신원 확인 등과 관련된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유권자의 자격 박탈, 선거 후 공정성 시비 조장 등이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트럼프 후보가 대선 불복을 위한 토대를 미리 마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 측도 법률팀을 대거 보강해 맞대응 성격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선 후 미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설립한 선거 소송 추적 사이트 ‘데모크라시 도킷’을 인용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트럼프 측이 제기한 소송 건수는 90건에 이른다.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당시 투표일 이전에 제기한 소송 건수의 3배 이상이다.
대부분의 소송은 펜실베이니아주 등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 집중됐다. 트럼프 후보의 차남인 에릭의 부인 라라가 공동 의장으로 있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지난달 23일 “선거 체계 점검 전 우편투표 용지가 미리 발송됐다”며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에 우편투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당국은 공화당 측이 승소하면 우편투표와 개표 과정이 심각하게 지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RNC 측은 같은 달 12일 또 다른 경합주인 네바다주가 비(非)시민권자의 유권자 등록을 불법적으로 허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대선 때도 투표 자격이 없는 약 4000명의 비시민권자가 투표에 참여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주장했다.
라라 외에도 트럼프 후보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이 세운 ‘미국우선법률재단’, 트럼프 정권인수팀의 위원장인 린다 맥마흔 전 중소기업청장이 이끄는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친(親)트럼프 성향 법률단체 ‘유나이티드소버린아메리칸’ 등도 여러 경합주에서 비슷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후보가 올 대선 결과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대선 이후 부정선거를 주장한 트럼프 후보는 이미 유세에서도 “반칙이 아니면 패배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불복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해리스 후보 측은 수백 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대규모 법률팀을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꾸렸던 법률팀의 10배 규모이며 선거 전문 변호사인 마크 엘리아스가 이끌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해리스 캠프는 최근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결과에 대한 위원들의 인증 거부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해당 선관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