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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난리통, 시민들은 울화통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자유통일당·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운동본부 등 보수 단체 회원들이 개천절을 맞아 ‘대통령 불법 탄핵 저지를 위한 국민혁명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주말과 휴일마다 보수·진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자유통일당·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운동본부 등 보수 단체 회원들이 개천절을 맞아 ‘대통령 불법 탄핵 저지를 위한 국민혁명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주말과 휴일마다 보수·진보 단체를 가리지 않고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올 들어 서울 도심에서 주말·휴일마다 대규모 집회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본지가 올해 서울 시내 집회·시위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광화문 등 도심에서 집회가 열리지 않았던 주말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4일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오는 27일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한국교회 200만 연합 예배’(현장 100만명·온라인 100만명)가 열릴 예정이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대규모 도심 집회는 지난 3·1절 자유통일당이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 통일을 위한 천만 조직 국민 대회’(주최 측 추산 20만명)를 연 것을 시작으로 매주 계속되고 있다. 같은 달 30일엔 광화문 일대에서 개신교 단체의 1만명 규모 부활절 퍼레이드가 열렸고, 근로자의 날이었던 5월 1일엔 민주노총·한국노총이 광화문 등에서 전국 노동자 대회(9만명)를 열었다. 6월 1일엔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규탄 집회(3만명)가, 8월 15일 광복절에는 자유통일당 등의 집회(5만 명)가 이어졌다.

이달 5일엔 서울 보신각에서 이스라엘 규탄 집회가 열린다. 6일엔 이주노조 등이 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11월 9일엔 양대 노총의 전국 노동자 대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린다. 주말·휴일마다 서울 도심의 고궁·미술관·공원 등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주말마다 ‘집회 지옥’에 갇힌다”며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인파와 고성으로 쾌적한 주말을 누릴 권리도 박탈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집회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이뤄지는 국내법상 도심 집회를 마땅히 제재할 방안도 없다.

지난 3일 오후 2시쯤 자유통일당 등의 ‘대통령 불법 탄핵 저지를 위한 광화문 국민혁명대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열불난다! 천불난다!” 구호가 귀를 찌를 듯했다. 단상에 올라간 연사가 “경찰들은 왜 차선을 안 열어주나? 전광훈 목사가 열어준다고 했다”고 외치자 집회 참여자들은 “문재인·이재명·조국 구속하라”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등 팻말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광화문역 앞에 주차된 경찰 소음 측정 차량 전광판은 집회가 지속되는 내내 90dB(데시벨) 안팎을 기록했고 때론 100dB에 육박하기도 했다. 80dB(기차 소음)은 만성 노출될 경우 청각 장애, 90dB(소음이 심한 공장)은 직업성 난청, 100dB(착암기)은 급성 청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동화면세점~시청역 방면 세종대로 차로는 통제돼 있었고 버스 등 차량은 모두 우회 중이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14.9km를 기록했다.

광화문 인근 인도엔 플라스틱 의자, 돗자리나 신문 등을 깔고 앉은 집회 참가자들로 혼잡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들고 있는 대형 깃발에 시민들 얼굴이 부딪치는 일도 있었다. 술 냄새를 풍기던 한 참가자는 현장 경찰에게 “어른에게 도전하는 경찰은 공권력이 아니다”라고 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어린이들을 감싸안고 황급히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토요일이던 지난달 28일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노총 등 진보 단체들로 구성된 전국민중행동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 등은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숭례문 앞 도로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후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을 마친 뒤 일부 참가자가 대통령실 인근에서 연막탄을 사용해 퍼포먼스를 하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어 1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2024년 백주대낮에 연막탄이 웬말이냐”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고 했다.

시민들은 “주말 나들이가 휴식이 아니라 형벌 같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인파와 소음, 쓰레기와 냄새로 점철된 ‘불쾌한 주말’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대학원생 김모(28)씨는 “휴일에 고궁을 좀 둘러보러 갈까 하면 집회 때문에 버스가 서울역에서 멈춰버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버스가 너무 막힌다”고 했다. 대학생 박모(26·서울 관악구)씨는 “용산부터 광화문까지 시위대가 끊이질 않으니 휴일엔 그냥 집에 있는 게 가장 편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나라 꼴이 이게 뭐냐” “언제까지 이런 공해 집회를 참아줘야 하느냐”는 성토가 빗발친다.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는 “광장을 확보해야 한다” “광장을 빼앗기면 권력도 빼앗긴다”고 말할 때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광장은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라며 “특정 진영의 권력 다툼의 장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오는 27일 주요 개신교단이 전국에서 100만명 신도를 동원, 광화문에서 ‘연합 예배’를 추진하는 데 대해선 “온전치 못한 주일 성수(聖守)” “세속적인 일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어긋난다” 같은 신학계 지적도 나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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