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2분기 저축률 15.7%로 3년만에 최고치
미국·유럽, 팬데믹때 소비 줄이고 저축 늘렸지만
미국인 소비 재개에도 유럽인 지갑 열리지 않아
독일 자동차 제조회사인 폭스바겐(VW)이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등을 포함한 과감한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하면서 독일 최대 노조 중 하나인 IG메탈 노조들이 지난달 25일 독일 북부 공업도시 하노버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인들의 가계 지출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유럽인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저축률이 더 늘어나는 등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유럽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제적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인들은 증시 호황 등에 따른 자산 증가로 지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FT는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의 데이터를 인용해 유로존의 올해 2분기 저축률이 3년 만에 최고치인 15.7%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이전 평균치인 12.3%도 훨씬 웃돈 수치다. 영국 소비자들도 신중한 모습이다. 올해 2분기 영국의 가계 저축률은 3년 만에 최고치인 10%로 상승해 2010~2019년 평균치인 7.5%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유럽인과 동일하게 소비를 줄였던 미국인들은 최근 소비를 재개한 모습이다. 실제 미국의 2분기 개인 저축률은 5.2%로 2010~2019년 평균치인 6.1%보다도 낮았다.
저축률의 차이는 성장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가계 지출 증가에 힘입어 연율 2.6%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유로존 지역은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무디스애널리스틱스의 수석 분석가인 마크 잔디는 “미국의 저축률 하락은 미국 성장의 핵심 동력인 소비자 지출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됐으며 미국 경제가 유럽 경제보다 더 빠르게 회복한 주요 원인”이라며 “미국 소비자는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 시장의 호황과 높은 부동산 가격이 미국 개인의 지출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유럽인의 경우 미국인과 비교해 주식 투자가 덜 대중화돼 있어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증가가 더 적었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마크 잔디는 “유럽 주택 소유주들은 주로 단기 모기지(주택 담보대출)를 보유 하고 있기에 금리 인상기에 더 높은 이자 부담을 예상하며 더 많이 저축해야 했지만 미국 주택 소유자들의 경우 15년 또는 30년 고정 금리 모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기록적인 저금리에 갇혀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분쟁 등을 겪으며 미국보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미래 전망이 상대적으로 더 조심스럽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로존의 경제 대국 독일이 최근 침체 위기에 빠진 것도 부정적인 신호다.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롬바르드 오디에의 수석 분석가인 새미 차르는 “유럽인들은 전쟁에 가까이 있고 독일이 경기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저축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짚었다.
OECD는 유로존 국가와 영국의 가계 저축률이 당분간 미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