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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바논 지상전 감행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 제거
‘저항의 축’ 수뇌부 사실상 궤멸
이 네타냐후 “소탕” 지상전 폭주
과거에도 게릴라전 막혀 ‘백기’
장기전 가면 치명적 손실 초래
이란 핵무장 가속 땐 안보 위협
“이, 휴전 등 출구전략 모색해야”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은 과연 무너질 것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1년을 넘기면서 친(親)이란 무장세력 연대 ‘저항의 축’이 흔들리고 있다. 핵심 세력 중 하나인 하마스의 병력은 절반 넘게 줄었고, 연대의 맏형 격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핵심 수뇌부는 사실상 전멸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약해진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소탕해 ‘저항의 축’을 와해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란을 대리하는 연대를 무너뜨림으로써 ‘최종 보스’ 이란에까지 치명타를 입히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저항의 축’이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모두 그 지역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조직이라 현실적으로 섬멸이 불가능하고, 무너진 전력은 이란의 지원으로 재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이스라엘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궤멸이 어려운 ‘저항의 축’을 상대로 소모전을 이어가다가, 목표 달성에도 실패하고 전력만 낭비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승리에 도취한 이스라엘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현재 창설 이래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막대한 병력 손실은 물론이고, 두 조직의 정치·군사 최고지도자가 모두 이스라엘군에 살해되며 구심점을 잃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최근 수년간 가장 약해진 상태”라고 말했으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북부사령부를 방문해 “하마스는 전쟁 1년 만에 해체된 조직이 됐고, 헤즈볼라는 부상 입은 조직이 됐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지난 2023년 11월 3일(현지시간) 베이루트에서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의 화상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어 온 하산 나스랄라의 죽음은 ‘저항의 축’ 전체를 휘청이게 한 결정타였다.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에서도 살아남았던 나스랄라의 사망은 ‘삐삐·워키토키’ 테러 등으로 약화한 조직원들의 사기를 더욱 꺾어놓았다. 레바논 베이루트에 거주하는 리타(34)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에 “나스랄라의 죽음은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그의 죽음으로 헤즈볼라 추종자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저항의 축’이 흔들리는 만큼 이스라엘군과 전시내각은 승리감과 자신감에 도취했다. 나스랄라의 사망 후 3일 만인 지난달 30일, 동맹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한 만류에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지상전을 개시했다.
 

◆“지상전은 ‘죽음의 함정’”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지상전이 결국 이스라엘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스 아로노스는 지상 침공이 “헤즈볼라가 설치한 ‘죽음의 함정’(death trap)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이 1982년과 2006년 레바논 침공에서 겪은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1982년 침공에서 국경 넘어 40㎞까지만 진군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소탕하고 48시간 내로 철수하겠다는 초기 계획과 달리 수도 베이루트까지 봉쇄한 뒤 4개월이 지나서야 국제사회의 압박에 밀려 철수했다. 강경파들의 확전 방침에 따라 진격을 계속한 결과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TASS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현 전시내각도 확전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개시하며 선언했던 “제한적 국지전”이라는 설명과 달리 내륙 깊숙이 진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진격을 이어간다면 레바논 남부의 험준한 지형을 이용한 헤즈볼라의 게릴라 전술을 상대해야 한다. 이는 이스라엘군에 치명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2006년 침공에서도 땅굴을 이용한 헤즈볼라의 게릴라전에 고전을 면치 못해 34일 만에 전쟁을 종료했다. 이스라엘은 침공 명분이었던 자국 병사 구출에도 실패했고, 121명의 병사까지 잃어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상전 리스크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상전 개시 이틀 만에 이스라엘군 장병 9명이 전사했다. 반면 지상전 성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헤즈볼라 2인자 나임 카셈도 8일 연설에서 “남부에서 지상 충돌이 7일 전 시작됐으나 이스라엘은 아직 진군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의 역량은 아직 온전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무함마드 마자리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헤즈볼라가 지상전에 대비해 군사 자원을 아껴뒀을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헤즈볼라, 회복탄력성 강해”

이스라엘이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헤즈볼라의 회복’이다. 소모적인 지상전이 이어지는 동안 헤즈볼라가 핵심 수뇌부의 공백을 메우고 이란의 무기 지원을 받아 전투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도부 교체는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군사 분석가들의 중론이다. 헤즈볼라 자체가 지도자가 암살당하면 며칠 내로 신속히 교체하는 방식으로 조직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 카디프대의 아말 사드 박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헤즈볼라) 조직원들은 중복되는 역할과 임무를 위임받아 이전 지도자의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는 병력 손실도 적은 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8일 헤즈볼라 대원 “수천 명”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는데,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21년 기준 헤즈볼라가 2만명의 현역 전투원과 2만5000명의 예비군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스라엘의 지상 침공이 레바논 내부의 항전 의지를 자극해 헤즈볼라의 세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1982년 레바논 침공 직후 창설돼 약 18년간 레바논 남부를 점령한 이스라엘에 저항하며 세력을 키웠다. 이브라힘 알 마라시 캘리포니아주립대 역사학과 교수는 영국 타임스 기고문에서 “분쟁이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에) 복수를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레바논인들이 헤즈볼라에 가세할 것이고, 이스라엘의 안보는 계속 위협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동쪽 슈웨이파트에 있는 건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돼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 출구전략 세워야”

결국 이스라엘이 하루빨리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 “이스라엘 정부가 명확한 출구전략을 세우지 못한다면 이스라엘군은 자원 한계에 다다르는 장기적인 소모전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전은 이스라엘을 더욱 불안정한 역내 안보 상황에 빠트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 때문이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핵심 억지 수단으로 ‘저항의 축’을 이용했는데, 이들의 억지력이 약해짐에 따라 새 수단으로 핵무기 확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 자문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이란 담당 수석 분석가는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대(對)이스라엘 대응력의 약화는 이란에 새로운 억지력의 원천을 개발하도록 압박할 것이며, 이는 핵 프로그램 확장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구전략에는 외교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스라엘이 지상전 목표로 내건 ‘북부 주민의 안전한 귀환’을 달성하기 위해 남부 접경 지역을 ‘완충지대’로 만들려면, 양측의 휴전 합의가 가장 명확하고 신속한 방식이라서다.

위험관리 컨설팅 회사 르벡인터내셔널의 정보 책임자 마이클 호로비츠는 “이스라엘이 정치·외교적 해법이 없는 군사적 선택지만 추구한다면 (목표 달성을 위해) 더 긴 작전에 휘말리는 위험을 피할 수 없다”며 “레바논에 갇히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 외교적 해결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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