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 레드우드서비스가 인수한 HVAC 기업 라이트웨이 소속 직원들이 작업하는 모습./라이트웨이
미국에서 냉난방공조(HVAC) 수리 기사들이 새로운 ‘백만장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들이 수익성 높은 HVAC 업체들을 대거 인수하고 나서면서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사모펀드들이 인수한 HVAC 업체 수는 800개를 넘어섰다. 이는 소규모 및 비공개 거래를 제외한 수치로, 실제 인수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사모펀드 레드우드서비스의 아담 하노버 회장은 “현재 업계에서는 모든 투자자들이 HVAC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레드우드서비스는 지난 4년간 기업 규모가 100만~2000만달러(약 13억~270억원) 규모의 HVAC 기업 35개를 인수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일하는 애런 라이스(43)는 2022년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했다. 그는 과거 필로폰 판매 혐의로 5년 동안 감옥에서 복역한 후 2012년 동료 마이크 나갈과 함께 하수도 검사 및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공동 설립해 키웠다.
직원 18명, 매출 약 300만 달러(약 40억원) 수준의 회사를 꾸려나갈 무렵 인수 제의가 들어왔다. 매각 계획이 없었지만 지역의 다른 업체인 라이트웨이에 합병돼 지분을 보유하고 회사 경영에 대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는 조건이 마음에 들어 매각을 결정했다.
라이스는 여전히 라이트웨이의 하수도 부서 관리자로 계속 일하고 있다. 7년 후인 50세에 은퇴하는 게 그의 목표다. 라이스는 “회사를 매각함으로써 더 큰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말했다.
라이트웨이의 경우 레드우드가 인수한 뒤 자본 확충을 통해 서비스 트럭과 직원 수를 늘리고 신입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연 매출이 3000만 달러에서 7000만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사모펀드 레드우드서비스가 인수한 HVAC 기업 라이트웨이 소속 직원이 냉방 장비를 설치하는 모습./라이트웨이
투자자들은 HVAC 사업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사모펀드 알파인인베스터스의 그레이엄 위버 설립자는 “기업가적 야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변기 막힘, 보일러 수리, 에어컨 설치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이 직업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1000만~30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사업을 구축할 수 있고 구매자 목록도 준비돼 있다”고 했다.
2006년 플로리다주에서 HVAC 기업을 설립해 100명 규모의 회사로 키운 다나 스피어스(51)는 최근 사모펀드에 매각을 결정한 뒤 1년간의 휴가를 계획 중이다. 그는 “드디어 우리가 인정받는 것 같다”며 “이 업계는 근성만 있다면 아메리칸드림을 이룰 수 있는 사업 중 하나”라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