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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11월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11월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적극 개입하기보다 역내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물밑에서 북·러를 압박, 관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파병은 중·러, 북·러관계는 각각 끈끈해진 반면 북·중관계는 모호한 국면에서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2월 ‘무제한 우호 협력’을 선언하고 최근 1년 동안 4차례 만나는 등 밀착을 과시해 왔다. 반면 북·중관계는 이달 초 수교 75주년 기념주간도 정상 방문 없이 조촐하게 치르는 등 모호한 낌새가 감지된다. 중국이 북한과 거리를 둔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중·러가 지나치게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 동북아 지역에 진영 대결이 펼쳐지는 것은 중국에도 불이익이라는 점이 이유로 거론된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현상을 유지하면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자 하는데 북한의 위험이 강조되면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이 더 강화되면서 남중국해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 감소를 우려해 북·러 밀착을 내심 불편하게 여긴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중국도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달갑지 않게 여길 것이라고 전해진다.

20일 익명을 요청한 베이징의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러시아가 중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파병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동북아 지역이 최대한 조용하게 유지되기 바라는데 (파병으로) 또 다른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의 동의를 얻고 파병한다는 것은 주권에 상처를 받는 일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다. 아마 통보는 했을 것”이라며

이 전문가는 중국은 북한의 파병을 주시하지만 한반도의 정세를 급작스럽게 바꾸거나 위기감을 크게 고조시킬 만한 계기로는 보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우선 북한의 파병 동기가 ‘경제적 목적’으로 보인다는 점이 근거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최근 북한과 중국 교역액이 급증해 지난달 2억250만달러(약 2773억원)에 달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7월(2억436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북한으로 생필품과 석유 등을 수출하지만 제재로 인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양국 교역 규모에는 한계가 있다.

이 전문가는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의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경제를 운용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물자와 자금이 필요해졌다”며 “북한 입장에서 돈이 나올 곳은 러시아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좀 더 분석해봐야 하지만 20일 공개된 영상으로 봤을 때 특수부대가 아닌 북한군 전력의 50%를 차지하는 건설단(공병부대)을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는 이날 북한군이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보급품을 받는 영상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지난 18일 북한 특수부대 병력 1500명이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중국 역시 한반도 긴장 상황에 단련돼 있다”며 “긴장수위가 높아지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군이나 보수세력 일각이 ‘실전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파병을 주장할 가능성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19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중국은 난감한 입장에 처했지만 지역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전했다.

군사전문가인 상하이 정법대 니러슝 교수는 SCMP에 “국내 경제 문제가 중요한 중국은 곤경에 처하고 싶지 않은 데다 우방국들이 곤경에 처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며 “중국은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기보다는 물밑에서 사적으로 (북한, 러시아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소재 스팀슨센터 윤선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전략적 인내 정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파병이나 북·러 군사밀착이 달갑지는 않지만, 향후 미국과의 경쟁이나 중·러관계 등을 고려해 드러나게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8일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모든 당사국이 정세의 긴장 완화와 (사태의) 정치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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