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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의한 평화' 주창…'헤즈볼라 종전' 노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10월16일 이스라엘군 순찰대의 포격으로 최후를 맞으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향후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7일 신와르가 이끄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과 주민 학살·납치로 재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파생 분쟁인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의 종전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신와르의 최후는 하마스의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첫째, 신와르가 이스라엘 순찰대에 포착돼 숨진 장소가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 접한 텔알술탄의 건물 2층이라는 점이다. 지하터널을 다니면서 피신 중일 것으로 짐작됐던 신와르가 지상 건물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하터널 파괴 작전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마스의 조직과 전력을 보존해준 '지하터널'의 유효기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신와르 사후 하마스는 호기롭게 전쟁 지속을 천명했지만 지금 지켜볼 부분은 프로파간다 도구인 입이 아니라 저항 능력을 보여주는 손발이다. 

둘째, 신와르가 이집트와의 경계 지역으로 가자지구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비밀 지하터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텔알술탄에서 발견돼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사망 당시 신와르가 수류탄·자동소총과 함께 이스라엘 화폐가 든 돈가방과 유엔 직원 신분증을 들고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물론 허허실실을 노려 지상으로 이동해 이스라엘을 교란하려고 시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만큼 급박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신와르 사망은 단순한 지도부 상실을 넘어 물적·심리적으로 허물어져 가는 하마스 상황의 단면이다.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이스라엘에 의해 사살되자 10월18일 가자지구에서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그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EPA 연합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이스라엘에 의해 사살되자 10월18일 가자지구에서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그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EPA 연합

고립 속 궤멸 단계 진입한 하마스

셋째, 신와르가 이스라엘군에 발각된 뒤 몸을 피하는 과정에서 경호원들과 떨어져 건물 2층에 혼자 고립돼 최후를 맞았다는 점도 의외다. 이스라엘 감시망이나 주위 눈길을 피하기 위해 경호팀을 최소화했을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경호원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의아스럽기 짝이 없다. 신와르 최측근이 자신도 모르게 위치를 노출하는 실수를 했거나 극단적으로 변절자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이 비밀 정보전의 내역과 은밀한 정보원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순찰병들이 '우연히' 신와르를 발견해 사살한 것으로 발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전 과정에서 경호원들이 모두 사살돼 신와르만 남았을 수도 있지만, 발표와 보도로는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넷째, 이스라엘군이 전차 포격을 위한 표적 확인을 위해 띄운 드론에 신와르가 나무 막대기를 집어던지는 마지막 모습이 찍힌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보·기술을 동원해 초현대전을 벌이는 이스라엘군에 소화기와 막대기로 대항하는 하마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마스와 일부 미디어는 이를 두고 영웅적인 저항이라고 주장하지만, 냉엄한 현실을 이만큼 웅변하는 장면도 드물 것이다. 

이처럼 우세한 상황에서 네타냐후가 하마스 및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휴전이나 정전을 서두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이 현재 군사·정보 분야에서는 물론 국제정세와 외교 분야에서도 확실히 우위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략·전술 관점에서 이스라엘은 공세기에 있고 하마스·헤즈볼라와 이들의 후원자인 이란은 수세기에 몰려 있다. 

하마스는 이미 고립 속에 물리적 궤멸 단계에 이르고 있다. 정신승리나 외치며 전쟁 희생자의 유자녀를 앞세운 '투쟁의 상속'을 추진하면서 내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능력을 상실한 공세 종말점에 이미 도달한 것은 물론 더 이상 아무런 작전도 펼 수 없는 작전 한계점까지 이르렀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는 싸움을 멈추기보다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숙적을 제거하고 '힘에 의한 평화' 실현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안보 위협 제거는 이스라엘 국민에게도 인기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은 현재 어쩔 줄 몰라 하는 하마스보다 '북쪽의 해묵은 위협'인 헤즈볼라에 대한 정밀타격에 지속적으로 몰두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무기고와 군사기지 타격에 이어 정보·군사의 효율적인 협업으로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지도부를 제거한 뒤 정보본부와 재정 근거지까지 골라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은 레바논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시아파 무슬림 거주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접경지대, 시리아에 접경한 중동부 베카계곡, 그리고 수도 레바논 남부의 다히예(아랍어로 교외라는 뜻) 등이 시아파 밀집지로 이번 폭격의 주요 대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TASS 연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TASS 연합

미국은 대선, 러시아는 전쟁에 바빠

주목할 점은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국가 속 국가'라는 사실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는 시아파 지역을 근거지로 세력권을 형성했다. 이번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근거지인 시아파 지역을 집중 폭격하고 있지만 전쟁의 특성상 의도치 않은 '부수적 피해'로 인한 애꿎은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헤즈볼라 전투원과 민간인이 구분되지 않고,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의 경우 인구의 90%가 시아파 무슬림이지만 기독교도도 약 10%가 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27일 이스라엘의 벙커버스터 공격으로 숨진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의 지하 지휘본부도 다히예에 있었다. 

하지만 레바논이 인구구조 특성상 헤즈볼라 텃밭인 시아파를 제외한 다른 종교·종파의 국민까지 단결해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일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럴 물질적 바탕도 부족하고, 자신의 소속 집단이 아닌 국가 자체에 대한 국민 차원의 희생과 충성심도 찾기 어렵다.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이 주권국가 레바논의 영토를 폭격하고 지상전을 벌이고 있음에도 '레바논 침공'이라고 비난하는 나라가 드문 이유다. 

지역 정세도 네타냐후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은 국제적인 비난과 대선에 대한 영향을 우려할 뿐 무기 공급 중단 등 '네타냐후의 길'을 가로막을 결정적인 행동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러시아도 네타냐후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첫째 이유다. 둘째 이유는 옛 소련 지역에서 이스라엘로 '알리야(유대인의 귀환·귀향)'를 떠난 유대인과 그 후손이 이스라엘 인구의 2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특수 관계' 때문에 네타냐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푸틴에게 별다른 압박이나 비난을 가하지 않았다.

네타냐후는 국제적인 힘의 공백 속에 국제사회 관심의 맹점이자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하마스나 헤즈볼라와 이해 접점이 없는 상황이다.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모두가 손놓고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네타냐후의 주먹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근육이 탄탄해지는 이유다.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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