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흑인 유권자를 비롯한 이른바 '집토끼' 표심을 단속하는 한편 Z세대에게 투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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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흑인교회 예배에 참석해 "(대선일까지 남은) 9일이 우리를 시험할 것"이라며 "지금 여기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우리는 모두 변화를 가져올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진짜 질문에 직면한다"면서 "어떤 나라에 살고 싶은가. 혼돈, 두려움, 증오의 나라인가. 아니면 자유, 정의, 연민의 나라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가장 좋은 점은 우리 국민들이 그 질문에 답할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라며 지지를 촉구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필라델피아 북부의 푸에르토리코 레스토랑, 필라델피아 서부의 흑인 소유 서점, 이발소 등을 찾아 흑인 및 라틴계 유권자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발소에서는 지금까지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당선됐다는 이른바 '럭키 체어'에 앉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리스가 흑인, 라틴계 커뮤니티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최근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로 분류됐던 흑인 남성 유권자층 등을 중심으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집토끼 단속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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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방문한 펜실베이니아는 주요 격전지 중에서도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어 경합주 중의 경합주로 불리는 곳이다. 미국 선거판에서 소위 ‘족집게’로 통하는 스타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은 90%를 넘는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대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보다 전국 득표수가 적었음에도 최종 당선될 수 있도록 승리를 안겨준 곳이기도 하다.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약 8만표 차이로 따돌리며 백악관에 입성했었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승리로 가는 길에 (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인) 필라델피아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게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라고 펜실베이니아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동력은 우리에게 있다"면서 펜실베이니아는 의심의 여지 없이 (대선 승리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 구도를 나타내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내 내부 여론조사는 직감이다. 다른 건 캠페인 팀에 맡기고 있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공개된 ABC·입소스 전국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를 기록했다. 투표 의향이 있는 응답자에 한할 경우 해리스 부통령(51%)과 트럼프 전 대통령(47%)의 격차는 좀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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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마지막 일정인 펜실베이니아 집회에서는 Z세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러분은 변화를 갈망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 속에서만 자라온 여러분은 우리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해야 할 지도자"라며 "총기난사 대비 훈련(Lockdown Drill)을 받으며 자란 여러분, 어머니와 할머니보다도 더 적은 권리를 가진 지금의 여러분은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지키고 정부가 그녀들에게 뭘 해야 할지 지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올해 대선의 주요 이슈인 낙태권 등을 앞세워 자신이 미국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임을 피력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취임 후 첫 우선순위로 낙태권을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연방 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이 걸려있다"면서 "선거 다음날 일어나서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후회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지지를 촉구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29일 워싱턴D.C. 엘립스 공원에서 백악관을 배경으로 '최후 변론'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엘립스 공원은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패배 후 불복 선동 연설을 한 곳으로, 1·6 의사당 폭동을 촉발한 상징적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CBS뉴스 인터뷰에서 백악관 앞을 연설장소로 택한 이유에 대해 "미국인들이 1월20일(차기 대통령 취임일)에 누가 그 공간(백악관)을 차지할지 보고 생각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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