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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미쿡] 美 새 정부 들어서면 ‘비트코인=전략 자산’ 승인된다?

● 전략적 비트코인 보유 법안 美 의회 제출
● 美 정부 보유 ‘금’ 규모, 110억 달러 수준
● 미국은 세계 1위 비트코인 금융 선진국

 

[Gettyimage]

[Gettyimage]

 

‘비트코인 게임 이론’이라는 말이 있다. 주로 비트코인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을 언급할 때 쓰인다. 일부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마치 금처럼 사들여 비축하기 시작하면, 타국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 정부들이 비트코인 확보 경쟁에 뛰어들게 되고, 이는 글로벌 경쟁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다.
 

최적 투자를 통한 혁신 기술 경쟁력 강화 법안

비트코이너(비트코인 투자자) 사이에서 언급돼 온 이 시나리오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이 전략 자산으로 막대한 금을 보유하듯 비트코인을 사들여 보유할 경우 뒤처지지 않으려는 다른 나라들의 폭발적인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7월 말 등장한 미국 최초 비트코인 법안은 국가 간 비트코인 확보 경쟁과 관련이 있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게 될 것인가.
 

미국 공화당 신시아 러미스 연방 상원의원이 7월 말 ‘2024 국가 차원의 최적 투자를 통한 혁신 기술 경쟁력 강화 법안’을 제출했다. [Gettyimage]

미국 공화당 신시아 러미스 연방 상원의원이 7월 말 ‘2024 국가 차원의 최적 투자를 통한 혁신 기술 경쟁력 강화 법안’을 제출했다. [Gettyimage]

비트코인을 보유한 의원이자 암호화폐 친화적 법안을 추진해 온 대표적 의원은 공화당 소속 신시아 러미스 연방 상원의원(와이오밍)이다. 러미스 의원은 7월 말 ‘2024 국가 차원의 최적 투자를 통한 혁신 기술 경쟁력 강화 법안(Boosting Innovation, Technology, and Competitiveness through Optimized Investment Nationwide Act of 2024)’을 발의했다. 의도적으로 주요 단어의 맨 앞 알파벳을 합치면 ‘2024 비트코인 법안(BITCOIN Act of 2024)’이 되도록 만들었다. 미국 최초로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는 내용의 법안이었다. 법안에는 이런 문구가 들어갔다.

“(미국의) 금 보유고가 역사적으로 국가적 금융 안보의 초석이 돼온 것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은 21세기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금융 리더십과 (금융)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자산을 대표한다.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확보하고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미국의 금융 컨디션을 강화하며 경제적 불확실성과 통화 불안정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법안의 핵심은 미 연방 재무부로 하여금 정부 소유의 비트코인을 비축하는 ‘전략 비트코인 보관시설(Strategic Bitcoin Reserve)’을 설립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비축 및 보관하는 금고를 만든다는 뜻이다. 금고를 만드는 동시에 5년 동안 매년 20만 개가량의 비트코인을 구매해 총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비축하도록 하는 안이 포함됐다. 이렇게 구매한 비트코인은 최소 20년 장기 보유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연방정부의 급박한 채무를 변제하는 용도로 처분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비트코인을 구매해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연방정부가 범죄 단속 등의 과정에서 압류한 뒤 보관해 온 기존의 정부 소유 비트코인도 새로 만드는 보관시설(비트코인 금고)로 옮겨서 보관하도록 의무화했다.
 

금으로 비트코인을 사는 묘수(?)

법안에는 금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기본적으로 비트코인 구매에 필요한 재원은 재무부 예산에서 사용하도록 하되 그와 더불어 미국의 금 보유고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재무부의 회계장부에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기재돼 있는 미국 정부 소유의 금 가격을 현실화하면 비트코인을 비축할 막대한 재원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금을 보유해 온 역사와 관련이 있다.

미국은 1934년 제정한 금 보유법(Gold Reserve Act)에 따라 당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연준)이 보유하고 있던 금을 재무부 소유로 넘겼다. 장부상 금 가격은 1트로이온스(금의 단위, 약 31g)에 대략 42달러 22센트로 매겨졌고,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자료인 재무부의 2021년 2월 미국 정부의 ‘금 보유고 현황 보고서(Status Report of U.S. Government Gold Reserve)’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의 규모는 약 2억6149만8926트로이온스. 장부상 가격은 110억 달러 수준이다.

러미스 의원이 낸 비트코인 법안은 정부의 금 보유고 가치를 시가로 재산정해서 그만큼 돈을 발행하자는 것이다. 1트로이온스를 9월 24일 현재 시가인 2626달러 32센트로 계산할 경우, 미국 정부 금 보유고의 가치는 6867억 달러가 넘는다. 이렇게 할 경우 미국 정부는 6757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우선 현재 연방준비은행들이 보관하고 있는 미국 정부 소유의 금 보관증(110억 달러 규모)을 재무부가 회수해서 폐기한다. 재무부는 이어 시가로 재산정한 금액(6867억 달러)의 보관증을 연방준비은행들에 배부한 다음, 연방준비은행들로 하여금 차액(6757억 달러)만큼 재무부에 송금하도록 한다. 이는 사실상 금 가치를 재산정하는 형식으로 비트코인 전략 자산 비축에 필요한 돈을 찍어내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법안을 발의했다고 해서 통과된다는 보장은 없다. 비트코인 전략 자산 비축안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야 하고, 의회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할 여론도 조성돼야 한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권력을 획득하느냐에 따라 실현 가능성과 시기 등이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미 1등 비트코인 보유국

비트코인 전략 자산 비축안과는 별개로 이미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국가다. 9월 24일 현재 암호화폐 분석업체 아캄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에 따르면, 마약을 비롯해 각종 불법 상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마켓으로 유명하던 ‘실크로드’에서 압수한 비트코인을 포함해 20만30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2위는 중국이다. 과거 자료를 보면 19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호화폐 분석업체인 크립토퀀트 주기영 대표는 2022년 11월 2일 X(전 트위터)에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 고래(대량보유자)다. 중국 당국은 2019년 플러스토큰 사기 사건 수사를 통해 19만4000개의 비트코인과 833만3000개의 이더리움 등을 압류해 국고에 넣었다”고 밝혔다. 3위는 영국이다. 아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9월 19일 현재 6만10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수사를 통해 압류한 비트코인으로 추정된다.

정부 차원에서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로 4위는 의외의 국가다. 남아시아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왕국 부탄(Bhutan)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부탄은 인구 78만7424명(2023), 1인당 국내총생산이 3704달러(2022)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9월 부탄은 글로벌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1만30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포브스(Forbes)’ 보도에 따르면, 부탄 왕국은 2019년 즈음 비트코인 채굴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넘치는 수력발전 전력을 활용하기 위해 소규모로 시작했던 게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관광 수입이 줄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전력 생산량이 불규칙한 수력발전의 특성상 남아서 버려야 하는 잉여전력, 기존 송전망에 부하를 주지 않기 위해 안전하게 버려야 하는 잉여전력이 수시로 발생한다. 부탄은 그걸 이용해 비트코인 채굴기를 돌려서 1만3000개 넘게 확보한 것이었다.

5위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엘살바도르다. 아캄 인텔리전스 자료를 보면, 9월 19일 현재 5900개 가까운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엘살바도르는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입해 왔고, 2021년부터 화산의 열기를 이용한 지열발전에서 나오는 전력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해 왔다.
 

비트코인 금융 확장하는 미국

미국은 이미 비트코인 금융 선진국이다. 비트코인 금융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폭발적 성장이다. 1월 10일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 직후 다음 날부터 거래되기 시작한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9월 24일 현재 178억3000만 달러(대략 23조8300억 원)가 순유입됐다. 8개월 동안 순유입 금액(ETF에 유입된 돈 - ETF에서 유출된 돈)은 ETF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막대했다. 그러면서 11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가 보유한 비트코인 숫자는 91만5000개를 넘었다. 월가의 전통 금융권이 고객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서 보관하면서 일종의 보관증을 주는 상품(비트코인 현물 ETF)을 제공하자 돈이 밀려들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규모는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9월 20일 SEC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나스닥 상품명 IBIT)에 대해 옵션 거래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사고파는 거래뿐 아니라, 비트코인 현물 ETF 가격이 오르는 경우와 내리는 경우에 각각 베팅할 수 있는 옵션 거래를 허용해 준 것이었다. 블랙록을 비롯한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사들이 더 많은 돈이 들어와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해달라며 요구해 온 것이었다. SEC는 블랙록에 이어 다른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사들의 신청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9월 24일 뱅크오브뉴욕 멜론(BNY Mellon)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위해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ettyimage]

블룸버그는 9월 24일 뱅크오브뉴욕 멜론(BNY Mellon)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위해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ettyimage]

또 하나의 큰 사건도 일어났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이어 비트코인 금융산업 발전에 필수 요소로 거론돼 온 은행의 비트코인 수탁(custody) 서비스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는 주식 채권 등 각종 금융상품의 수탁 서비스를 제공해 온 대형 은행 뱅크오브뉴욕 멜론(BNY Mellon)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위해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SEC가 이런 계획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9월 24일 보도했다. 뱅크오브뉴욕 멜론 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 규모가 47조8000억 달러, 운용 자산이 2조 달러인 글로벌 대형 은행이다.

그동안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에 반대해 온 SEC가 예외적으로 뱅크오브뉴욕 멜론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건 다른 대형 은행에도 허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법적인 불투명성을 안고 수탁 서비스를 제공해 온 코인베이스 같은 암호화폐 업체가 아니라 위기가 닥치면 미국 정부가 결코 파산하게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형 은행이 고객의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시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는 은행이 고객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서 보관해 주고, 고객이 맡긴 비트코인을 누군가에게 대출하고 이자를 지급하는 종합금융 서비스로 나가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할 것인지, 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그 해답은 2025년 1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로 시작된 미국의 비트코인 금융은 이미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등장 3개월 뒤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됐다. 미국에 이어 중국이 비트코인 금융에 뛰어든 것이었다. 비트코인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됐는지 모른다.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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