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51년만의 대홍수에 최소 217명 사망
발렌시아 최대쇼핑몰 지하 주차장도 물에 잠겨
스페인 국왕, 수재민에게 진흙 맞는 봉변 당해
당국의 대응 미흡, 수색 작업 더뎌 비판
10월 29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남동부에서 발생한 폭우로 자동차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다./10월 31일 발렌시아의 대형 쇼핑몰인 보네르 쇼핑센터가 물에 잠겨 있다.
스페인에서 최악의 홍수 참사가 일어나면서 발렌시아 최대 쇼핑센터의 지하주차장까지 물에 잠겨 당국이 대대적인 실종자 수색 작업에 나섰다.
지난 달 29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등 남동부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했다. 1973년 10월 홍수로 300명이 사망한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발렌시아 서쪽 치바에선 29일 새벽부터 8시간 동안 1m²당 491L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이 지역의 통상 1년치 강수량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2일 군인과 경찰 1만명을 피해 지역에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군인 7500명과 경찰 9000여 명이 생존자 수색과 시신 수습 작업에 투입됐다.
발렌시아 알다이아의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보네르 쇼핑센터 주차장에도 비상대응팀이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대응팀은 주차장에서 물을 펌프질로 빼내는 한편 로봇과 전문 스쿠버 다이버의 도움을 받아 물 속에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수색 작업에 나섰다.
보네르 쇼핑센터의 침수된 슈퍼마켓. 입구까지 물에 잠긴 보네르 쇼핑센터 지하주차장 [SOLARPIX.COM]
주차장에는 수백 대의 차량이 물속에 잠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가 수십, 수백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며 지하 주차장이 대형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에두아르도 마르티네스는 "경비원이 수위가 오르기 시작하자 사람들에게 쇼핑 센터 위층으로 올라가 안전한 곳을 찾고 차를 가지고 내려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많은 사람이 그 경고를 무시했다"고 스페인 매체 엘디아리오에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도 거기에 아직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확실히 모른다"고 덧붙였다.
3일(현지시간) 비상대응팀은 보네르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하수를 펌프질로 빼내는 한편 로봇과 다이버의 도움을 받아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보네르 쇼핑센터 지하주차장에는 수백 대의 차량이 물속에 잠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비상대응팀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생존자 수색을 하고 있다.[X]
이러한 가운데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현장을 찾았다가 분노한 수재민들에게 욕설과 함께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펠리페 6세는 지난 3일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 사망자가 나온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성난 주민들은 피해 지역을 걷는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으며, "살인자들", "수치", "꺼지라"고 욕설했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우며 보호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우산 속 남성)이 3일(현지시간) 발렌시아 도시 파이포르타 수해 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사람들이 던진 진흙이 날아들고 있다.[연합]
주민들이 이처럼 분노한 이유는 당국의 안이한 대처 때문이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고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 심각한 문제와 (자원) 부족이 있고, 절실하게 친지를 찾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의 재해 대응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 "과실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우리의 차이를 잊고 이념과 지역적 문제를 뒤로 하고 대응에 단합할 때"라고 호소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