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막판 역전땐 트럼프 승복 안할 듯"…무더기 소송전 예고[美대선 2024]

by 민들레 posted Nov 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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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불복 시사한 트럼프]
이미 100건 넘게 소송 낸 트럼프
성급히 승리 선언땐 상황 복잡해져
선거 하루전 펜실베이니아서 격돌
英 조사업체는 해리스 승리 예측
공화 여성향한 소신투표 쪽지 확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 (현지시간)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 (현지시간)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개표 초중반 경합주인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져 있었다. 하지만 막판 우편투표함이 열리면서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패색이 짙어진 트럼프는 위스콘신에 재검표를 요구했으며 펜실베이니아·미시간·조지아 주 정부를 상대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트럼프의 끈질긴 선거 불복 시도는 극성 지지자들을 자극했으며 미 헌정 사상 초유의 1·6 의사당 폭동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5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 대선이 유례없는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승패가 결정된다 해도 미국 사회의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표 상황이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처럼 초접전일 경우 재검표 요구와 무더기 소송전은 불가피하고 극성 지지자들이 개표 현장에 난입하거나 선거 인준 절차를 방해하는 등의 폭력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4년 전처럼 트럼프가 개표 초중반 우위를 보이다가 마지막에 해리스가 역전하는 시나리오가 ‘선거 불복’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NBC뉴스 등 미 언론들은 올해에도 미시간과 위스콘신 등의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에서는 개표 초중반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이 우세하게 나타나는 ‘붉은 신기루(red mirage)’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DC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일부 주에서 ‘붉은 신기루’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트럼프가 초중반 개표 상황을 보고 성급히 승리 선언을 할 경우 상황이 매우 복잡해진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측은 이미 공개적인 발언과 100건이 넘는 선제적인 소송을 통해 대선 결과를 부정할 수 있는 명분을 쌓고 있다. 또 공화당전국위원회(RNC)와 트럼프 캠프는 경합주를 중심으로 10만 명의 자원봉사자 및 변호사를 배치해 선거 당일 투표와 개표 상황을 감시하고 소송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번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2020년 대선 불복을 포함해 수많은 사법 리스크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트럼프의 절박감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트럼프는 3일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2020년 자신의 임기 말 상황과 관련해 “내가 떠난 날 우리나라는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갖고 있었다”며 “백악관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금 모든 투표소마다 수백 명의 변호사가 서 있다”고 했다. 지난 대선이 ‘부정 선거’였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동시에 이번 선거도 믿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는 또 민주당을 “사기꾼 무리”라고 비난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조사와 베팅 시장을 지목하며 “압도적인 승리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이 같은 수사와 기대는 그가 패배했을 때 지지자들의 분노를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는 2020년 그의 시나리오대로 2024년 결과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일 미국 미시간주립대 강당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일 미국 미시간주립대 강당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반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는 이날 우편을 통해 사전투표를 완료했는데 이는 트럼프가 조작 의혹을 제기해온 우편투표의 신뢰성을 증명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그는 “내 투표용지는 (내 주소지인) 캘리포니아로 가는 중이며 그곳에 도착할 것이라고 시스템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를 하루 앞둔 4일 두 후보는 모두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해리스는 필라델피아에서 콘서트를 겸한 유세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와 팝스타 레이디 가가도 합류해 막판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를 찾은 뒤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마지막 유세를 갖는다.

NYT와 시에나대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7개 경합주 가운데 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조지아·애리조나 등 5곳에서 트럼프보다 1~3%포인트 앞서고 있다. 다만 두 후보 간 격차가 오차 범위 내에 있어 승부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또 영국 여론조사 전문 업체 포컬데이터가 지난 한 달간 미국 유권자 3만 1000여 명을 상대로 ‘다중 레벨 회귀 분석 및 사후 계층화(MRP)’ 기법을 사용해 설문·분석한 결과에서는 ‘해리스의 승리’가 예측됐다. 이와 관련해 선거 막판 ‘히든 해리스’가 힘을 발휘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경합주를 중심으로 여자 화장실과 미용실 등에서 여성들에게 주체적으로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메모지가 번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전했다. 메모지에 적힌 글은 조금씩 다르지만 “당신이 누구를 찍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의 백인 기혼 여성 등을 상대로 소신껏 해리스를 찍으라는 선거운동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