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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범인데…“사전 고지도 없이 몰래 이사” 불쾌·불안
조두순 집 뒷골목엔 어린이놀이터, 1㎞반경 내 어린이집 30여개

 

4일 오후 2시15분쯤 경기도 안산시 와동에 위치한 조두순의 거주지 모습. 오른쪽은 조두순의 거주지 맞은편에 서 있는 순찰차. 박은주 기자

4일 오후 2시15분쯤 경기도 안산시 와동에 위치한 조두순의 거주지 모습. 오른쪽은 조두순의 거주지 맞은편에 서 있는 순찰차. 박은주 기자


“어, 여기 조두순 집인데.”

4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안산시 월피동.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으로 부른 차량에 올라 타자 택시기사가 뒷좌석을 돌아보며 “조두순 집에 가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기사는 내비게이션에 뜬 목적지를 보자마자 조두순의 거주지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이 근처에 가는 손님들마다 걱정된다고 난리라서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두순의 거주지가 있는 안산시 와동까지 이동하는 동안 기사는 “그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고, 아이들이 사는 다가구주택도 많다”고 걱정을 토해냈다. 근처에 어린이집도 꽤 있다는 그의 말을 따라 네이버 지도 앱에 검색해 보니 조두순 거주지에서 1㎞ 반경에만 30여개의 어린이집이 나왔다.
 

4일 오후 2시10분쯤 경기도 안산시 와동에 위치한 조두순의 거주지로 이동하던 중 택시기사가 인근의 초등학교를 가리키고 있다. 박은주 기자

4일 오후 2시10분쯤 경기도 안산시 와동에 위치한 조두순의 거주지로 이동하던 중 택시기사가 인근의 초등학교를 가리키고 있다. 박은주 기자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은 지난달 25일 기존에 거주하던 안산시 와동 소재 다가구주택에서 같은 동네의 다른 다가구주택으로 이사했다. 기존에 살던 집과는 2㎞ 거리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조두순의 집 앞에 경찰관 2명을 상시 배치하고 기동순찰대 1개 팀이 인근을 순찰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15분쯤 도착한 조두순의 집 앞에는 경찰관 2명이 탑승한 순찰차 1대가 주차돼 있었다. 경찰관에게 “조두순이 오늘 나온 적이 있느냐”고 묻자, 경찰관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사 온 이후 나온 적은 있느냐”는 질문엔 “우리도 오늘 배치받아서 잘 모른다”고 답했다. “주민들이 찾아와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하느냐” “돌아가면서 순찰을 서는 것이냐” 등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어른도 “밖에 나가기 겁나는데”…코앞엔 어린이집·학교·놀이터


조두순의 거주지가 위치한 골목은 다가구주택이 밀집한 곳이었다. 집마다 주차된 차량도 많아 골목 곳곳을 한눈에 살펴보는 건 역부족이었다. 조두순의 집 앞에서부터 스톱워치를 켜고 성인 여성 걸음으로 정확히 46초를 걷자 한 어린이집이 나왔다. 어린이집 건너편에 다른 순찰차 한 대가 서 있긴 했지만, 집 앞의 순찰차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골목을 통해 곧장 접근할 수 있을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자 관계자는 “학부모들도 조두순이 이사 온 것에 불쾌해한다”며 “사실 (우리도) 밖에 나가는 것이 겁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아무런 고지도 없이 몰래 이사왔는데 뭐 어쩌겠느냐”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런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불편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어린이집 차량의 운전기사는 “어린아이를 둔 학부모라면 당연히 불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4일 오후 조두순의 거주지 바로 뒷골목에 있는 놀이터의 모습. 박은주 기자

4일 오후 조두순의 거주지 바로 뒷골목에 있는 놀이터의 모습. 박은주 기자


조두순의 거주지 바로 뒷골목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방문한 놀이터에는 여자아이를 포함한 아동 5~6명이 놀고 있었다. 또다시 스톱워치를 켜고 발걸음을 옮기자 이번에는 약 6분 만에 초등학교가 나왔다.

골목에서 우연히 홀로 귀가하는 한 여자아이와 마주치기도 했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됐다는 아이는 “경찰 아저씨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자주 봤다”고 했다. 인근 편의점의 야외 테이블에서 채소를 다듬고 있던 할머니 2명은 “동네 사람들이 다 불안해한다”며 “(조두순이) 온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몰래 왔는데 어쩌겠나…갑자기 날벼락”


동네에서 만난 주민들은 조두순의 이사 사실을 뒤늦게 언론 보도 또는 이웃을 통해 알았다며 “이사 온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뉴스에서 보니 당연히 놀라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인근의 또 다른 편의점 직원은 “아이들도 많고 바로 근처에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도 있는 동네인데 이런 사실은 미리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제 와서 뭘 어쩌겠느냐”고 한숨을 쉬던 그는 “경찰차가 있다고 하지만 불안한 게 사라지겠나.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와동의 조두순 거주지에서 도보로 약 6분 거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모습. 박은주 기자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와동의 조두순 거주지에서 도보로 약 6분 거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모습. 박은주 기자


이날 조두순의 거주지 인근을 걷던 중 동네를 순찰하고 있던 안산단원경찰서 소속 학부모폴리스 연합단장 조미화씨와 마주치기도 했다. 조씨는 조두순이 이사 온 뒤 등하교 시간 순찰을 더욱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뽑는 학부모폴리스 소속 단원들이 2인 1조로 등하교 시간에 맞춰 주변을 샅샅이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네 주민들이 조두순의 이사 사실 자체도 불편해하지만, 사전에 아무런 정보를 듣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한다고 말했다. 조두순의 이사를 중개한 부동산에는 동네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한다. 그러나 조씨는 “해당 부동산 주인도 조두순의 이사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서울에서 이사 온다고 들었다는 것”이라며 “나이도 많은 분이라 인터넷 검색 같은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고 전했다.
 

4일 오후 조두순의 거주지 인근에서 홀로 하교 중인 초등학생의 모습. 오른쪽은 조두순의 거주지로 이동하던 중 택시 안에서 목격한 어린이집 차량. 박은주 기자

4일 오후 조두순의 거주지 인근에서 홀로 하교 중인 초등학생의 모습. 오른쪽은 조두순의 거주지로 이동하던 중 택시 안에서 목격한 어린이집 차량. 박은주 기자


안승현(32)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50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고지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는 경우 변경정보를 등록한 날로부터 한 달 이내에 고지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규정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주지 이동을 사전에 고지해야 하는 제도는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전 고지가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인권 침해 등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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