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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접전으로 평가받는 제47대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오른다.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 DC에 인구 비례로 할당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 270명을 확보하면 이기는 싸움이다. 미 유권자 선택에 따라 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2기’로 회귀될지 등 미국의 운명이 판가름난다.

판세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안갯속이다. 대선을 이틀 앞둔 3일 기준 리얼클리어폴리틱스ㆍ270투윈ㆍ538ㆍ뉴욕타임스ㆍ더힐 등 주요 선거 분석 사이트 5곳의 7대 경합주 지지율 평균 수치는 미세하게나마 ‘트럼프 박빙 우세’를 가리킨다. 하지만 격차는 대부분 1%포인트 안팎으로 통계학적으로 무의미한 오차범위 내여서 누구도 우위를 장담하기 힘들다. 선거 막판 해리스 부통령 지지층의 결집세가 뚜렷하고 10월 초 지지율 골든크로스 이후 한때 승기를 잡는 듯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가 주춤하면서 다시 혼조세 양상이다.

여기에 두 후보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해 절대 내줄 수 없는 곳으로 여겨졌던 '본진'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는 해리스, 남부 선벨트(일조량이 풍부한 지역)는 트럼프가 유리했던 기존 구도에 막판 균열이 생겼다.
 

7대 경합주 NYT 조사서 해리스 4승 2무 1패

뉴욕타임스(NYT)ㆍ시에나대가 지난달 24일부터 2일까지 7대 경합주 투표 의향 유권자를 조사해 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는 러스트벨트 중 위스콘신(해리스 49%-트럼프 47%), 선벨트 중 노스캐롤라이나(48%-46%)ㆍ조지아(48%-47%)ㆍ네바다(49%-46%) 등 4곳에서 트럼프를 오차범위 내 앞섰다. 트럼프는 선벨트 중 나머지 한 곳인 애리조나(트럼프 49%-해리스 45%)에서만 우위를 기록했다. 러스트벨트 중 나머지 두 곳 펜실베이니아(48%-48%)ㆍ미시간(47%-47%)에서는 둘이 동률이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해리스가 과거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블루 월’(민주당 장벽)로 불렸고 이번 대선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러스트벨트 중 두 곳에서 트럼프의 추격을 허용하며 승리를 자신하기 힘든 상황이 된 점이 눈에 띈다. 노조 인구가 많은 펜실베이니아의 일자리ㆍ경제 문제, 아랍계 인구가 많은 미시간의 중동전쟁 반감 등을 고리로 ‘적진’ 표심을 꾸준히 공략해온 트럼프 북진정책의 효과로 풀이된다.

반면 트럼프는 지금까지 우세한 것으로 판단됐던 선벨트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선벨트 4곳 중 3곳에서 해리스에게 추월을 허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대선에서 결집도가 떨어지는 듯했던 흑인ㆍ히스패닉이 선거가 임박하면서 해리스로 뭉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주 NYTㆍ시에나대 조사와 비교할 때 ▶흑인 해리스 지지율 80%-트럼프 지지율 14%→84%-11% ▶히스패닉 해리스 지지율 55%-트럼프 지지율 41%→56%-35%로 해리스 결집세가 감지된다.
 

‘최근 표심 결정’ 유권자, 해리스에 기울어

경합주 텃밭 구도에 균열을 낸 주요인은 선거 막판 부동층의 표심이다. ‘최근 며칠 안에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는 유권자의 58%는 해리스를 택한 반면 트럼프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지지 후보 결정을 최근에 한 유권자들 대상으로 해리스는 선벨트에서 66%(해리스)-34%(트럼프)로 32%포인트 앞섰고, 트럼프는 러스트벨트에서 60%(트럼프)-40%(해리스)로 20%포인트 앞섰다. 결국 막판 부동층을 해리스가 선벨트에서 더 많이 흡수한 결과가 전반적 오름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리스의 선벨트 약진, 트럼프의 러스트벨트 선전’으로 요약되는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NYT는 “놀라운 변화”라면서도 “확실한 우위 없이 오차범위 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건 승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오타와 힐스 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전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오타와 힐스 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전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막판 표심이 해리스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흐름이라는 건 영국 여론조사업체 포컬데이터가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한 달간 미 유권자 3만1000명을 상대로 ‘다중 레벨 회귀분석 및 사후 계층화’(MRP) 기법을 사용해 설문ㆍ분석한 결과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ㆍ위스콘ㆍ네바다에서의 우세를 기반으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포컬데이터의 제임스 카나가수리암 최고연구책임자(CRO)는 “우리 MRP 모델은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 승리를 나타냈지만 가장 마지막 분석에서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포컬데이터는 2016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정확하게 맞혀 주목받은 바 있다.
 

샤이 트럼프냐, 히든 해리스냐

관건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샤이(수줍은) 트럼프’와 ‘히든(숨은) 해리스’ 등 숨은 표의 규모다. 공화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아이오와에서 전날 해리스가 트럼프를 3%포인트 차로 앞선다는 깜짝 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그동안 포착되지 않았던 백인 여성 중심의 히든 해리스 지지자들이 막바지에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샤이 트럼프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물론 배제할 수 없다. 이날 공개된 NYT 조사에서 백인 민주당원의 응답률이 백인 공화당원보다 1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지지층 과소평가 가능성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의미다.

사전투표자 수는 이날 오후 9시 기준 7800만 명을 넘어섰다. 우편 투표 3534만여 명, 현장 투표 4265만여 명을 합친 수치다. 높은 사전투표 열기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보다 여전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쪽 간 격차는 4년 전 대선 때보다 좁혀졌을 거라는 관측이 다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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