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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6일(현지시간) 오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연설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6일(현지시간) 오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연설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4년 만에 돌아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 대전환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는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 경험을 바탕으로 더 강력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이 이미 상원 다수당 지위를 접수한 데 이어 개표가 진행 중인 하원에서도 과반(218석) 수성이 유력하다.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트럼프 당선인은 강력한 행정ㆍ입법 권력을 기반으로 거침없는 국정 드라이브를 걸며 ‘조 바이든 지우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무게추가 완전히 기운 지난 6일 오전 사실상의 당선 수락 연설에서 “미국을 치유할 것이다. 미국의 모든 문제를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유세 기간에는 “취임 첫날에만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내년 1월 20일(현지시간) 제47대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몰아칠 ‘트럼프 스톰(폭풍)’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긴장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2022년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한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 그가 취임 첫날 하고 싶다고 제시한 공약은 총 41개에 이르며, 이와 관련된 언급 횟수는 모두 200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정책과 관련된 언급이 82회로 가장 많았고 ▶이민(74회) ▶에너지(41회) ▶성소수자(25회) 관련 이슈가 뒤를 이었다.
 

트럼프 “최우선 과제는 국경 강화”

이들 가운데 그가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실행에 옮길 ‘어젠다 1호’는 강력한 국경통제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7일 NBC 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취임 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국경을 강력하게 만드는 것”을 꼽았다. 선거 유세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불법 이민자 사상 최대 규모 추방’ 방침과 관련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행정부가 실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공약 이행 시 따르게 될 비용 문제에 대한 질문에도 “그것은 가격표 문제가 아니다”면서 “살인을 저지르고 마약왕이 국가를 파괴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그들 나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영리 단체인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가 지난 10월 발표한 연구 결과 불법 이민자 1300만명 추방에 최소 3150억 달러(약 436조 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외교정책 등 ‘바이든 지우기’ 드라이브 예상

미국 우선주의에 더해 ‘힘을 통한 평화’를 앞세운 외교정책도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취임 첫날이 되면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으로 돌아가겠다”고 해 왔다. 이를 두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국제 동맹을 강조하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해 온 바이든 행정부 외교 노선의 급변경을 예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영토 일부의 양보를 압박하는 평화협정을 요구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충분히 증액하지 않을 경우 적대국의 공격을 받아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여러 차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잘 지내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 확정 이후 지금까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약 70개국 정상과 통화한 사실을 밝힌 뒤 푸틴 대통령과는 아직 아직 통화하지 않았지만 곧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친환경 정책도 뒤집힐 가능성 커

바이든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친환경 정책도 대대적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론을 부정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IRA를 “신종 녹색 사기”로 규정하며 당선되면 이를 폐기하고 미집행 예산은 모두 국고로 환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동시에 석유ㆍ가스 시추를 늘려 취임 첫해에 에너지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란 구호를 여러 번 외쳐 왔던 그는 현 정부의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기준 규제를 완화하는 등 현 정부의 각종 환경 규제를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실천에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집권 2기 정책 청사진을 준비해 온 보수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프레드 플라이츠 부소장은 지난 5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파리기후협정 재탈퇴를 ‘행정명령 1호’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취임 첫날이 되면 바이든 행정부가 올 초 제정한 ‘트랜스젠더 학생 보호 규정’도 폐기할 것이라고 했다. 더힐은 “트럼프가 유세 집회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대목 중 하나는 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 경기 출장을 막겠다고 할 때였다”며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면 곧바로 다양성ㆍ형평성ㆍ포용성 원칙이 밀려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 권한 논란에도 밀어붙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오른손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오른손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지고 있는 잭 스미스 특검을 대통령 취임 즉시 해임하겠다고 한 공약도 실천에 옮길 가능성이 크다. 또 2021년 1ㆍ6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 추종자들에 대한 대거 사면도 약속대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9월 “우리가 승리하는 순간 바이든ㆍ해리스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희생된 모든 정치범의 사면을 신속하게 이행할 것”이라며 “취임 첫날 그들의 사면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미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공약들 가운데 상당수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 범위 밖에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권한 범위 내에 있는 공약이더라도 일부는 단기간 내 100%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 전문가인 스티브 블라덱 조지타운대 법률센터 교수는 “트럼프가 취임 첫날 하겠다고 약속한 것의 대부분은 불법적이거나 비현실적일 것”이라며 “하지만 불법적인 내용도 한동안은 시행될 수 있고, 실제로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밀어붙이는 데 성공할 수도 있다”고 WP에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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