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제작 발표회 [사진, CJ ENM] |
“336억원 들어간 여성 국극 성공할지 몰랐다?”
드라마 ‘정년이’을 앞세운 티빙이 넷플릭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넷플릭스 독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디즈니+을 제치고, 한국 드라마를 독점하다시피 한 넷플릭스가 ‘정년이’에 한 방 맞은 격이다.
‘정년이’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눈물의 여왕’ 등 히트 드라마 대부분을 넷플릭스에 공급해 왔지만 ‘정년이’는 의외로 디즈니+가 가져갔다.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정년이’에 대한 관심이 없어, 디즈니+ 보다 조건이 안 좋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시작부터 기대보다는 논란이 컸던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요즘 추세에 맞지 않은 여성 국극이 소재다. 주요 배역도 여자 배우로만 꽉 채웠다. 제작비도 만만치 않다. 회당 28억원, 총 336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다른 드라마에 비해 편수가 12회로 적어 수익을 내기도 힘든 드라마다.
정년이 마지막회 장면 [tvn] |
정년이는 첫회 시청률 4.8%로 시작해 매 회차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마의 15% 벽을 깨고 최종회 시청률 전국 평균 16.5%, 최고 18.8%로 집계됐다. 지상파을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 시간대 1위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뿐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각지에서 디즈니+ TV쇼 부문 1위에 등극했고, 일본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해외 유력 언론에서도 ‘정년이’ 열풍을 주목하며 주요 소재인 ‘국극’을 집중 조명했다. 일본 매체 오리콘뉴스는 “이 가을에 반드시 봐야 할 작품”, “특히 국극 공연 장면은 배우들 전원의 기백이 너무 대단해 잊히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10월 OTT별 이용자수 [모바일인덱스] |
국내 프로야구 온라인 독점 중계와 ‘정년이’ 효과로 티빙 월간 이용자(MAU)가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가운데 처음으로 800만 명을 돌파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 10월 월 이용자가 810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동기(561만 명) 대비 44.2% 증가한 역대 최대 수치다. 1위인 넷플릭스와 격차도 지난해 같은 기간 698만 명에서 381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좁혔다.
3분기 적자를 내며 폭락했던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도 최근 며칠 사이 10% 넘게 상승했다. ‘정년이’ 효과로 실적 반전이 기대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정년이을 계기로 넷플릭스 위주의 글로벌 공급 플랫폼을 디즈니+로 다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사인 티빙의 넷플릭스 추격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