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사람들]⑤8년 전 비판했던 트럼프 최측근으로…관심 한몸에
"99개면 충분" 연방 정부 대수술 예고, 전기차 등 산업 영향력도 관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2024.05.0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99개면 충분하다."
일론 머스크(53)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을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ency, DOGE) 수장직을 자신과 비벡 라마스와미에 맡긴다고 발표한 직후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현재 428개인 연방기관을 4분의 1 미만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의미로,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억만장자 기업가를 넘어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의 일거수일투족에 미국인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의 머스크의 역할에 쏠리는 미국인들의 관심은 크게 두 갈래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그가 이번에 새로 조직되는 정부효율부의 수장으로서 얼마만큼 미 연방정부 행정 조직의 슬림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다.
일론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의 유세를 지원하며 "모든 정부 지출은 세금이고 여러분의 돈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적어도 2조 달러(2023년 10월~2024년 9월 미 연방정부 지출은 6.7조 달러) 달러는 줄일 수 있다"라고도 주장한 바 있다.
머스크는 사업가로서 미 연방정부를 상대하면서 관료주의의 비효율성을 자주 트럼프에 언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조직과 기업은 차이가 있겠지만, 머스크는 X(엑스)로 이름을 바꾼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터를 인수한 후 임직원 80%를 감원한 경험도 있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하면서 "과도한 규제 및 낭비성 지출을 줄이며, 연방 기관을 재구성하기 위해"라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대량 감원이 있을 수 있는 연방정부 구조개혁을 트럼프 입장에서는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9월 5일(현지시각) 뉴욕의 이코노믹 클럽에서 한 연설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정부 효율위원회를 만들 것이며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 위원회를 이끌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09.0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트럼프가 자신의 2번째 임기 시작 후 1년 반 내, 즉 2026년 7월 4일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이 되는 해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효율화 작업이 완료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작업은 매우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X 계정에는 1주일 80시간 무보수로 일할 초고지능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정부효율부의 모집 공고 글이 올라왔는데, 단순 업무 인력을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 정부를 위해 민간 일자리에서 일하는 미국인 230만 명에 달한다.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2%에 조금 못 미치는 비율이다.
재향군인 병원의 간호사, 옐로스톤 국립공원 관리인, 연방교도소의 교도관, 핵폐기물 기술검토 위원회까지 다양한 직종을 예로 들 수 있는데, WSJ은 정부효율부를 이끌 두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와 라마스와미의 지시에 따라 상당수의 일자리가 비용 절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 조직이 몰려 있는 워싱턴DC 공직 사회의 긴장감은 상당히 높다.
다만 이같은 머스크의 연방정부 개혁이 의도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우선 정부효율부는 정식 정부 부처도 아니고 한시적으로 운영될 조직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권한에 제한이 많고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미이다. 특히 연방정부 예산삭감은 의회의 권한이기도 하다.
비록 공화당이 연방 상원 및 하원 모두 다수당 지위를 획득했더라도, 사회보장이나 메디케어와 같은 주요 프로그램이나 국방분야 등의 예산 삭감은 주저할 수 있다.
CBS는 "정부효율부가 어떻게 운영될지도 명확하지 않다"면서 결국 트럼프가 머스크의 개혁안에 전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직접 의원들을 설득해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보좌관들이 의회 승인 없이도 정부효율화부의 권고안 일부를 시행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3일 (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이 텍사스주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서 다섯 번째 시험 발사에 성공해 슈퍼헤비가 수직 착륙을 하고 있다. 2024.10.1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머스크의 역할 중 관심이 모아지는 다른 하나는 전기차 상용화를 이끈 테슬라와 화성이주라는 꿈을 품고 있는 창업한 우주·항공기업인 스페이스X를 소유한 기업가로서 미국의 산업, 에너지 정책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이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미 국방부 및 나사(NASA)와 협력하고 있으며, 연방 정부는 지난해 그의 회사에 3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연방 공무원은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금융 자산을 매각해야 하지만,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자문 형태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참여하는 형태를 취하면 이를 피해갈 수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서 2기 행정부의 여러 정책에는 깊숙하게 관여하면서도 실익은 챙길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최근 트럼프 인수팀이 최대 7500달러인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머스크는 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머스크는 지난 7월 테슬라의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면 테슬라의 판매가 부진할 수 있지만, 경쟁사에 더 치명적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더 큰 이익을 좇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CNN은 보조금 대신 자율주행 관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로보택시 사업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머스크가 고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공개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전하는 로보택시의 모습. 사진은 테슬라 영상 갈무리. 2024.10.1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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