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300㎞ 에이태큼스 사용 허가
트럼프 취임 앞두고 중대 정책 전환
러 “美, 긴장 고조시켜… 개입 새 국면”
미 육군의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가 2021년 12월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발사되는 모습.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ATACMS 사용 제한을 최근 해제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미국산 미사일을 러시아 영토 내부까지 공격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미사일은 사거리가 약 300㎞인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 공격에 쓰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요한 정책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를 두 달 남겨두고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군대를 방어하기 위해 ATACMS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며 “미국 정책의 주요한 변화”라고 보도했다. 바이든이 ATACMS 사용 제한을 해제한 데는 러시아가 북한군을 끌어들인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은 지난 5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 방향으로 진격하자 사거리 80㎞인 고속기동 포병 로켓시스템(HIMARS)을 국경 넘어 러시아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하르키우 방어를 위한 ATACMS 사용은 허락하지 않았다. 미국산 미사일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면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이든은 퇴임을 두 달 앞두고 ATACMS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전격 허용했다. NYT는 “이런 변화가 전쟁의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그들의 군대가 취약하며, 따라서 더 이상 군대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 포함 5만명의 병력을 투입해 공격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조치로 북한군 밀집지역과 탄약고 등을 ATACMS로 공격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측이 ‘현 상태로 정전’ 구상을 밝힌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ATACMS 사용에 힘입어 쿠르스크를 장악하면 향후 휴전 협상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와 교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퇴임하는 바이든 정부가 불에 기름을 붓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미국의 분쟁 개입 측면에서 질적으로 새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난 9월 발언을 상기시켰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 타격을 허용한다면 이는 서방이 러시아와 전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부위원장은 “제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는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는 훨씬 더 위험해진 전쟁을 물려받게 됐다”고 전했다.
국민일보.